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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에 노끈, 우동엔 귀뚜라미...'믿고 먹던' 휴게소 음식의 배신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0-17 10:11:59
  • 수정 2025-10-17 1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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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근 6년간 식품위생법 위반 22건...반복되는 이물질 혼입
  • - 관리·감독 주체 도로공사, 위생 점검 자료 관리조차 안 해
  • - 영업정지 업체 버젓이 납품...43만 개 불량 식자재 팔려나가

기름찌꺼기, 기름때가 찐득하게 가득 붙은 휴게소 호두과자 기계(권영진의원실 2025.10.03.) 


허기진 배를 채우려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 뜨끈한 국밥 한술을 뜨는데, 밥알 사이로 누런 노끈이 딸려 나온다. 다른 휴게소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우동 그릇 안에서 귀뚜라미가 발견됐다.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안성휴게소와 문경휴게소 등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이밖에도 공깃밥 속 약봉지(영천휴게소), 음료 속 고체 이물질(덕유산휴게소) 등 위생 불량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국민이 즐겨 찾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위생 관리가 총체적 부실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비위생적인 사건이 반복됐지만, 관리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는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심지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업체가 생산한 식자재가 주요 휴게소에 납품돼 43만 개에 가까운 음식이 판매된 사실도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권영진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최근 6년간 고속도로 휴게소 식품위생 위반 조치현황'을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8월까지 22건의 식품위생법 위반 행정처분이 있었다.


이물 혼입 9건, 식품 취급 기준 위반 4건, 위생 불량 4건, 수질검사 부적합 2건, 원료 미검수 1건 등이 적발된 것이다.



관리 책임 도로공사, 현황 파악도 못 해


문제는 도로공사의 안일한 태도다. 국토교통부 훈령은 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하도록 규정하지만, 도로공사는 관련 점검 자료조차 관리하지 않았다. 


자체 위생관리 체크리스트가 있었지만, 이를 바탕으로 한 통계나 개선 사례는 전무했다. 사실상 관리·감독에 손을 놓은 셈이다.


식자재 납품업체 관리는 더욱 심각했다.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211곳 중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이 확인된 납품업체는 68곳에 불과했고, 143곳은 인증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권영진 의원(국민의힘 · 대구 달서구병)


영업정지 중 43만 개 불법 납품...소비자만 '봉'


불법 납품 사례 전말은 이렇다. HACCP 미인증 업체인 A사는 원료수불부 미작성, 위생 불량 등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정지 기간에 곰탕, 뽈살 등을 몰래 생산해 휴게소에 납품했다. 


이 식자재는 서울만남의광장, 함양(대전), 함양(통영) 휴게소에서 음식으로 만들어져 42만9,555개가 팔려나갔다. 도로공사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권영진 의원은 "도로공사와 휴게시설 운영자가 식품위생 관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휴게소 음식을 국민이 안심할 수 없는 지경이다. 납품업체 HACCP 인증 전수조사는 물론 구매관리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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