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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의 한시 한 편] 한유 - 사설(師說)
  • 김주성 기자
  • 등록 2025-05-15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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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승의 도(道)를 논함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누가 스승이 될만한가? 스승이 있어서 훌룽한 인물들이 세상에 나왔을 텐데, 역사 속 훌륭한 스승이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우리 겨레의 스승이 될만한 인물로 조선시대 네 번째 임금인 세종대왕을 뽑는다. 누가 뽑았는지 나는 모르지만 세종대왕이 태어난 날이 5월 15일이고, 바로 이 날을 스승의 날로 삼은 것이다.

 

나에게는 존경하는 스승이 있는지, 나는 누구의 스승이 될만한지 물어본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요즈음 세태를 보면 그야말로 옛날말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옛날에도 그랬나?


하긴 그랬나 보다. 1,200년 전에 살았던 한유도 "스승의 도가 사라졌다"고 한탄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번 주는 한시 대신 한유가 쓴 스승에 관한 논설문을 소개한다.


한유(韓愈, 768~824)는 당의 관리이자 학자, 문장가다. 자(字)는 퇴지(退之)이다.

한(漢)나라가 약 400년을 이어오다 멸망하고, 그로부터 369년 동안 위진남북조시대라는 혼란기를 거치면서 안심입명과 화려한 문체가 유행했다. 정치, 권력 다툼으로 하루아침에 관직과 목숨이 날아가는 때였고, 그래서 이를 피해 강호(江湖)로 물러나 술 마시고 글 지으며 목숨을 보존했다. 죽림7현(竹林七賢)이 나타났고, 화려하고 수사적인 문체인 4.6변려문이 나타났다.


한유는 이러한 수식과 기교를 중시하는 유미주의적인 문장을 반대하고 한대(漢代)의 형식이 자유롭고 내용이 알찬 문장으로 돌아가자는 '고문(古文)운동'을 펼쳤다. 그의 고문운동은 당 이후의 산문 형식을 정립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후세에 당송8대가의 으뜸으로 꼽히게 된 것이다. 한유의 대표작으로는 도(道)의 근원을 논한 <원도(原道)>, 백이를 칭송한 <백이송(伯夷頌)> 등이 있다. 



<師說>   사설 


古之學者 必有師하니   (고지학자 필유사) 

옛날에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스승이 있었으니


師者 所以 傳道 授業 解惑也   (사자 소이 전도 수업 해혹야)

스승이란, 도를 전하고 학업을 주며 의혹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者는 ~것, 所以는 까닭, 이유


人非生而知之者 孰能無惑이리오   (인비 생이지지자 숙능무혹)

사람이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아니라면, 누가 능히 의혹이 없을 수 있겠는가?


惑而不從師 其爲惑也 終不解矣리라   (혹이부종사 기위혹야 종불해의)

의혹이 있는데도 스승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의혹됨은 끝내 풀리지 않을 것이다.


生乎吾前하여  其聞道也 固先乎吾 吾從而師之하고  (생호오전  기문도야 고선호오 오종이사지)        

나보다 앞에 태어나(나이가 많아) 그 도를 들은 것이 진실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스승으로 삼아 따를 것이요   *固:  '진실로 고'로 쓰임.


生乎吾後라도 其聞道也 亦先乎吾 吾從而師之   (생호오후 기문도야 역선호오 오종이사지)

나보다 뒤에 태어나(나보다 어려도) 그 도를 들은 것이 또한 나보다 앞선다면 나는 (그를) 스승으로 삼아 따를 것이다


吾師道也 夫庸知其年之先後 生於吾乎리오 (오사도야 부용지 기년지 선후 생어오호)

나는 도를 스승으로 삼으니, 어찌 나보다 태어난 그 나이의 선후를 알 필요가 있겠는가?  *夫는 어찌


是故 無貴無賤하며 無長無少   (시고  무귀무천  무장무소) 

이러므로 (스승이란) 귀천을 따질 것도 없고, (나보다) 나이 많냐 어리냐 따질 것도 없으니, 

 

道之所存 師之所存也   (도지소존 사지소존야)

도가 있는 곳이 곧 스승이 있는 곳이다



嗟乎라! 師道之不傳也 久矣 欲人之無惑也 難矣 (차호 사도지 부전야 구의 욕인지 무혹야 난의)

슬프다. 스승의 도가 전해지지 않은 것이 오래되어, 사람들이 의혹을 없애고자 하나 어렵게 되었다.


古之聖人 其出人也 遠矣로되 猶且 從師而問焉이어늘  (고지성인 기출인야 원의 유차 종사이 문언)

옛날의 성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어도 오히려 스승을 따르고 그에게 물었는데,


今之衆人  其下聖人也 亦遠矣로되 而恥學於師   (금지중인 기하인야 역원의 이치학어사)

지금의 뭇사람은 성인보다 훨씬 아래인데도 스승에게 배우기를 부끄러워한다.


是故 聖益聖 愚益愚하고   (시고 성익성 우익우)

이런 까닭으로 성인은 더욱 지혜로워지고, 어리석은 사람은 더욱 어리석어지며


聖人之所以爲聖  愚人之所以爲愚 其皆出於此乎인저  (성인지소이위성 우인지소이위우 기개출어차호)

성인이 성인이 된 까닭과 어리석은 이가 어리석게 된 까닭이 그 모든 것이 이로부터 나온 것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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