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작가를 '노동자'로 부르는 데 주저하는가? 글쓰기라는 노동은 왜 가려지고 폄하돼야 하는가? 작가는 홀로 싸워야만 하는 존재인가? 불안정한 창작 환경과 낮은 원고료, 불투명한 계약 관행 속에서 작가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오월의봄에서 '작가'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노동의 실상을 드러내고, '홀로'였던 싸움을 '함께'의 연대로 바꾸려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가노동 선언》을 펴냈다.
작가도 노동자다. '작가노동 선언'은 단순하지만 외면당해 온 현실을 고발한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 21명이 한목소리로 말한다. "우리는 글 쓰는 노동자다."
2023년 3월 겨우 서넛이 모여 시작한 '준비위'는 2년간 집담회, 연속포럼, 선언 기자회견, 산재보험 적용 촉구 등을 이어왔다.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종이 찢기' 퍼포먼스를 하며 문제의식을 강하게 어필했다.
1부는 13명의 작가가 글쓰기 노동의 민낯을 고백한다. 이들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원고료, 계약서조차 없는 청탁, 강연료 부당 지급'에 몰려있다. 이 같은 상황에 작가들은 외롭고 치열한 생존의 기록을 통해 글쓰기도 명백한 노동임을 드러낸다.
"굶어 죽는 작가, 조용히 사라지는 작가, 몸과 마음이 병드는 작가 곁에 서겠다"는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외침이다.
2부에서는 작가노조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 여정이 담긴다. 예술인 산재보험 적용 문제를 짚고, 성평등위원회를 통한 문화 개선을 시도한다. 오빛나리는 성평등을 "권위와 권력을 적확하게 겨냥하는 '정교한 농담과 유머'를 추구하면서 성평등으로 '극락적 재미의 세계'를 열고자 한다"며 고도의 '투쟁 전략'으로 바라본다.
준비위는 '글쓰기를 노동으로, 작가를 노동자로 인정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한다. "사회가 씌운 투명망토를 걷어낼 때가 왔다"는 르포작가 변정정희의 말은 선언 전체를 관통한다.
희음 시인은 "이제는 함께라는 다른 상상을 해보자"고 제안한다. 르포작가 은유는 “작가노조라는 울타리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평론가 성상민은 "평론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외친다.
《작가노동 선언》은 작가 개인의 외로운 투쟁을 넘어선다. 동료와 함께, 구조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이 작은 외침이 모여 거대한 물결이 될 것임을 믿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