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SK, 위기돌파 해법 담긴 ‘선경실록’ 복원···최종현 선대회장 육성녹음 3,530개 담겨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04-02 12:07:14

기사수정
  • - 13만 여 자료 27년 만에
  • - 'SK 고유의 기록 문화’ 통해 당시 임직원 회의 등 원본 보존돼
  • - 시대 초월한 경영 메시지 전달···그룹 성장사 오해 해소할 자료도 포함

1980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 SK이노베이션인수 후 첫 출근하고 있다. 


"상당수 사람이 '최근 정치 불안이 커 경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라고 한다지? 나는 그렇게 생각 안해."


"별안간 예측도 못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빨라. 우리는 가장 리얼리티를 걷는 기업가들이니까 불안 요소 때문에 괜히 우리(기업인)까지 들뜰 필요는 없다라고 난 그렇게 생각해. 우리가 '정치가 불안할수록 경제까지 망가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경제가 나빠지지 않는다는 거야."


최종현 SK선대회장 육성 녹음, 1980년대 중반 선경 임원/부장 신년간담회 中


 

1970~1990년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인 최종현 SK 선대회장의 경영 활동 일체가 유고 27년 만에 세상에 나온다. 이른바 '선경실록'으로 한국 근현대 경제史를 연구하는 중요한 사료로 쓰일 전망이다.


그룹 수장고 등에 보관해 온 30~40여 년 전 경영철학과 기업활동 관련 자료를 △발굴 △디지털로 변환 △영구 보존·활용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프로젝트를 지난달 말 완료했다. 2023년 '창사 70주년 어록집'을 만들며 옛 자료의 역사적 가치를 확인하고, 프로젝트를 추진한지 2년 만이다.


1996 1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왼쪽)이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조지 H. W. 부시 前 미국대통령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최 선대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그룹의 경영 철학과 기법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경영의 수준을 높이고자 했다. 이는 'SK 고유의 기록 문화'로 계승됐다. SK 고유의 경영관리체계인 SKMS(SK Management System)를 정립하고 전파하는 과정,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 순간에서 임직원과의 토론하는 장면, 국내외 저명 인사와의 대담 내용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복원 자료는 오디오·비디오 형태로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1만7,620건, 13만1,647점이다. 최 선대회장의 음성 녹취만 오디오 테이프 3,530개에 달한다. 이는 하루 8시간씩 1년 넘게 들어야 할 정도의 분량이다.


최 선대회장은 1982년 신입구성원들에게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서도 인재라면 외국 사람도 쓰는 마당에 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에 지연, 학연, 파벌을 형성하면 안 된다"며, 한국의 관계지상주의를 깨자고 임기 내내 강조한다.


1994 6월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사진 왼쪽 5번째). 

1992년 임원 간담회에서는 "R&D 직원도 시장 관리부터 마케팅까지 해 돈이 모이는 곳과 고객이 찾는 기술을 알아야 R&D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성공 과정을 예견한 듯 실질적인 연구를 주문한다.


같은 해 SKC 임원들과 회의에서는 "플로피디스크를 팔면 1달러지만,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담으면 가치가 20배가 된다"며 "우리나라 산업이 하드웨어 제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1990년대 중반 유럽 한 국가의 왕세자 면담을 위해 준비한 보고서에는 "기후위기가 심각한 국제문제가 된다"며 "법정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환경기준을 맞추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SK의 성장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세계경제 위기를 몰고 온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최 선대회장이 중동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에 대한 담판을 짓는 내용, 1992년 정당하게 획득한 이동통신사업권을 반납할 때 좌절하는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상황 등이 음성 녹취에 담겨있다.

 1998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서 최종현 SK 선대회장(좌석 왼쪽 4번째)그해 8월 별세했다. 

이밖에도 타 그룹 총수들과 산업 시찰에서 나눈 대화, 외국담배회사가 한국 내 유통 협업을 제안하자 '비즈니스는 결국 신용'이라며 거절한 사례, 김장김치 보관법까지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SK는 "최 선대회장의 경영 기록은 한국 역동기를 이끈 기업가들의 고민과 철학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보물과 같은 자료"라며 "양이 매우 많고 오래돼 복원이 쉽지 않았지만, 첨단기술로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SK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자료를 그룹 고유의 철학인 SKMS와 수펙스추구 문화 확산 등을 위해 활용할 방침이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스공사, 10억 투자해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 실내 체험관 새단장 한국가스공사가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에 실내 체험관을 새롭게 단장해 국민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체험 교육을 시행한다.가스공사는 21일 김환용 안전기술부사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험관 개관식을 진행한 것. 김 부사장 등은 재난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시설 안전성과 교육 효과성을 점검하는 시간도 ...
  2. 인천의 문화·도시 연구 위해 인문학자·문화예술인·도시행정가·언론인·시민 모였다···19일 '인문도시연구소' … 인천문화와 도시 연구자들이 <인문도시연구소>(Humanistic City Institute)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연구소는 구월동에 마련했다. 19일 개소식에는 인문학자와 문화예술인, 도시행정가, 언론인,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천과 도시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 및 연구방법론 체계화, 인천과 도시에 대한 정보 및 연구 ...
  3. 하나은행, 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MOU 체결···"인증서 부정사용·금융피해 방지한다" 하나은행이 21일 국내 주요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함께 은행권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추진 및 마케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금융권 인증서는 금융기관 특유의 강화된 다중 보안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본인확인' 수단이다. 그동안은 은행별로 사용했는데 이...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건망증1 창문을 닫았던가출입문은 잠그고 나왔던가계단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미심쩍다다시 올라가 보면 번번이잘 닫고 잠가놓은 것을퇴근길 괜한 헛걸음이 벌써한두번이 아니다오늘도 미심쩍은 계단을그냥 내려왔다 누구는마스크를 쓴 채로 깜박 잊고가래침도 뱉는다지만 나는그런 축에 낄 위인도 못된다아마 잘 닫고 잘 잠갔을 것이다혼자 남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