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LG엔솔 대표 [LG엔솔 제공]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불어닥친 수요 정체(캐즘) 한파가 매섭다. 전기차가 팔리지 않으니 배터리 공장 가동률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고정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혹독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신규 투자를 무리하게 늘리는 대신 기존 자산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묘수를 꺼냈다.
3조짜리 공장 인수…신규 투자 대신 효율화 선택
LG엔솔은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와 세운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시간주 3공장 건물 등 자산 일체를 샀다. 인수 금액은 약 3조 원이다.
합작법인 자산을 사들이는 형태라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이 내는 비용은 절반 수준이다. 이 돈마저 올해 초 발표한 시설 투자 계획에 이미 포함돼 있어 추가로 들어가는 자금은 없다.
새로운 공장을 짓는 대신 짓고 있던 합작 공장을 온전히 인수해 투자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최악의 캐즘을 넘기 위해 김동명 사장이 꺼내 든 '리밸런싱(재조정)' 전략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생산 거점을 다시 짜고 기존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남는 전기차 라인은 ESS로…체질 바꾸는 김동명
김동명 사장의 위기 돌파 해법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향한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줄어 남아도는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돌려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LG엔솔은 미국 미시간 홀랜드 공장과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일부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과도 곧바로 나타났다. 지난달 24일 폴란드 국영전력공사(PGE)가 추진하는 대규모 ESS 프로젝트 사업 파트너로 뽑혔다. 같은 달 27일에는 글로벌 에너지 관리 업체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5년 동안 주택용 ESS 4GWh를 공급하기로 했다.
혹독한 시기를 지나는 김동명 사장의 시선은 캐즘 이후를 향해 있다. 그는 지난달 "현재의 위기가 끝나면 진정한 승자가 가려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용을 깎으며 버티는 것이 아니라, 유연한 생산 체계를 갖추고 기초 체력을 튼튼히 다져 시장이 다시 커질 때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다. 미국 공장 인수와 ESS 사업 확대 등 발 빠른 체질 개선이 LG에너지솔루션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