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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외상센터>로 바라본 의료계
  • 박수진 기자
  • 등록 2025-02-05 17:27:14
  • 수정 2025-02-07 13:5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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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직전이었다. 이게 뭔가 싶은 뜨악한 영상 하나를 봤다. 한 의사가 기자들과 생방송 인터뷰 중에서 사자후 같은 욕을 내뱉는 장면이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의 일부분이었다. 그 짧은 장면 하나 때문에 결국, 설 연휴에 '중증외상센터' 시리즈 전편을 시청했다. 


한때 필자도 종합병원 간호사였다. 그 이유로 영상물에 나오는 병원 이야기나 수술실을 표현하는 문학과 의료기사에 관심이 높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 드라마는 다소 판타지인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의료 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사건을 현실적으로 다룬 편이었다. 내용인즉, 중증외상센터에서 있을 만한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 얽힌 이야기와 일반인들은 잘 모를 병원 경영에 대해 섬세하게 그려낸 부분이었다. 


이 드라마의 원작은 동일한 제목으로 발표된 '웹툰과 웹소설'이다. 원작에서는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국종 교수가 주인공의 모티브가 됐다. 언론·방송을 통해 잘 알려진 내용이지만, 현재 의료체계에서는 중환자 의료는 돈이 안 되는 파트이다. 오히려 진료를 보면 볼수록 손해인 분야이고 특히, 중증외상센터는 의사마저도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절대 외면할 수 없는 분야가 중환자 의료여서 국가의 지원·정책이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지금의 의료체계는 생사와 직결된 치료 및 진료는 특별히 공공재로 취급되어 수가의 상당 부분 낮게 책정되어 있다. 물론, 싸다는 인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수가가 낮다는 것이 아니다. 치료비를 지불하는 환자 처지에서 비용이 매우 높을 수 있다. 그러니까 원가(진단 및 치료를 위한 장비 구입 및 운영비용 등)가 높은 데 비해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수준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실을 드라마에서 비교적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는 장면이 중증외상센터의 예산 심의 과정을 다루는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최우선 가치인 중증외상센터장(백교수)와 수익성을 강조하는 병원 운영진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진다. 장르를 불문하고 여느 드라마에서도 단골로 다루는 생명과 돈에 대한 대립의 서사다. 삼자적 시점의 시청자라면 누구나 생명이 우선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의 결과와 같지 않다. 


지난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의사들이 병원 파업을 할 때였다. 내가 병원밥을 먹었던 걸 아는 지인이 물었다. 

"결국, 의사들 밥그릇 싸움과 집단 이기주의 아냐?" 

의료인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 일정 부분 옹호하고도 싶었지만 그들의 밥그릇 싸움이 전혀 아니라고 답할 수는 없었다. 시원하게 답할 수 없었음에도 그렇게 물어본 지인이 한 편으로는 고마웠다. 나를 통해 의료진과 병원 세계를 이해하려는 태도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판단의 오류를 범하거나, 지금 당장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속단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른 분야이기는 하지만, 알고도 진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점점 강화되는 세상이다. 그래서 의료 분야를 알아가려고 내게 질문했고 그러한 자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견이었다.  


위와 같은 면에서 드라마 속 '항문외과' 한 과장은 생각해 볼만한 인물이었다. 차기 기획조정실장을 노렸기에 병원 수익을 최우선인 '기조실장 라인'을 타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상황이 급변한다. 딸이 뜻밖의 사고를 겪으며 백 교수와 내면의 조우를 한다. 그 와중에 가족을 지키는 일이 중증외상센터를 지키는 것과 같음을 깨닫게 된다. 입신양명이 우선인 자리에서 매번 충돌하던 백 교수였다. 그러나 상대방 위치에 자신을 대입할 계기가 만들어지며 삶의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이렇듯 모든 갈등이 해피엔딩이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해였다. 의과대학정원 확대 조정이라는 일방적인 정부 행정과 부딪힌 의협의 저항이 있었다. 근거도 모를 2,000명으로 확대한다는 발표에 의대 교수들의 이탈이 번졌고 자연스럽게 비정상적인 의대 교육과 병원 파업이 따랐다. 특히, 전공의들의 학업 중단과 함께 환자들 피해도 속출했다. 그 여파로 2024년의 의사고시 합격자는 3,045명에서 2025년 269명으로 줄었다. 


이는, 금전적인 욕망보다는 오로지 사명감으로 의대와 병원 두 곳을 오가며 일하는 교수들의 과로를 불러들였고 이미 많은 의대 교수가 떠난 터이어서 남은 의대 교수들이 악전고투 중이다. 게다가 전공의 사이 선후배로 이어진 의료체계의 구조적 붕괴도 현실이다. 그러나 의사들의 문제에서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 가뜩이나 과다 업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과 다른 분과 의료진의 업무 가중치를 주고 있어 의료체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더불어, 문제의 핵심은 환자를 포함한 국민의 건강과 사회 안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주인공(백교수) 한 명이 여러 재해에서 국가가 해야 할 일까지 대신할 만한 역할을 하며 생명을 살려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연이어 보여준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극적 판타지다. 어떤 분야에서 소수가 일시적으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의료계에서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당연히 어떤 분야의 정책이든 체계적인 분석과 지속적인 시스템이 필수 조건이다. 지금 우리에게 벌어진 의료계의 현실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가족이거나 내 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 빠른 사회적 인식이 필요한 일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드라마처럼 영웅 한 명이 모든 일을 해결하는 의료체계는 없다. 그러나 진심으로 생각했다. 현실에서도 주인공(백교수)처럼 의로운 의료계와 사회가 되기를 바랐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를 본 뒤 자주 입안에서 대사가 맴돈다. 딸아이의 교통사고 뒤 언행이 달라진 한과장이 한 의사와 통화하며 한 말이다. 


"자기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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