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발레리아 코사티는 전후 이탈리아 로마에서 남편과 두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43세의 평범한 중산층 여성이다. 좋은 아내이자 어머니로 살아온 발레리아는 어느 날 충동적으로 구입한 까만 공책에 자신의 내밀한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일기를 통해 발레리아는 자신이 결혼생활 속에서 느껴온 희생과 모성의 부담, 그리고 욕망하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 공책을 숨기는 데 고군분투하며, 사회적 억압과 자기검열 사이에서 혼란과 죄책감을 겪는다. 발레리아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이면서도 그 체제를 답습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인물로,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려진다.
저자 알바 데 세스페데스(Alba De Cespedes)는 1911년 로마에서 이탈리아 주재 쿠바 대사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935년 반파시스트 활동으로 투옥됐고, 그의 소설은 금서로 지정됐다. 1943년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다시 투옥됐고, 전쟁이 끝난 뒤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1997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역자 김지우는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 졸업 후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요 번역작품으로는 엘레나 페란테의 《나의 눈부신 친구》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성가신 사랑》 《버려진 사랑》 《잃어버린 사랑》 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