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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in] 이규석호 현대모비스, 홀로서기 넘어 '글로벌 패권' 쥔다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6-02-23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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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비계열사 수주 목표 23% 초과 달성…'캐즘' 뚫은 기술력
  • - 구매 전문가 이규석의 통찰…"부품 넘어 플랫폼 프로바이더로"
  • - 올해 목표 118억 달러 상향…북미·유럽서 'K-부품' 깃발

[CEOin] 이규석호 현대모비스, 홀로서기 넘어 '글로벌 패권' 쥔다_2025년 현대차·기아 뺀 비계열사서 13조 수주


현대자동차그룹의 심장이자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가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를 빼고도 '13조 수주' 잭팟을 터트린 것이다. 2023년 말 취임한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3년도 안 돼 '계열사 의존도 탈피' 숙원을 숫자로 증명해 냈다. 여기에서 기술 생태계 조성을 넘어 정의선 회장이 그리는 지배구조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 부품사'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독자 생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2025년 한 해 동안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91.7억 달러(약 13.4조 원) 규모의 수주를 따낸 것이다. 당초 목표치 74.5억 달러를 23%나 초과 달성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2024년 비계열사 수주 25.6억 달러에 그쳤고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23.1억 달러(목표치의 31%)에 머물러 이규석이 경영 능력에 물음표가 붙었지만 4분기에만 약 68.5억 달러(한화 10조 원 규모)를 수주하며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현대모비스)


현대차 떼고 13조…이규석의 '기술 독립' 승부수


이번 성과가 더욱 값진 이유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신차 계획을 미루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규석 사장은 '선도 기술'을 앞세워 북미와 유럽의 빗장을 열었다.


북미 지역에서 따낸 배터리시스템(BSA)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IVI), 유럽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섀시 모듈과 사운드 시스템은 현대모비스가 단순 기계 부품을 넘어 고부가가치 전장 부품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현대모비스가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 격차로 수주를 따낸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규석 사장의 '품질·기술 우선주의'가 글로벌 시장의 니즈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영업의 판 바꾼 '구매통' 이규석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출신인 이규석 사장이 있다. 그는 완성차의 까다로운 눈높이와 부품사의 기술적 한계를 동시에 이해하는 전문가다. 


취임 직후부터 그는 "현대차·기아의 안정적 매출에 안주하면 부가가치가 낮은 하드웨어 공급사로 전락할 수 있다"며 비계열사 매출 확대를 지상 과제로 삼았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했다.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1등 기술' 확보였다.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비전 선포식에서 '모빌리티 혁신 선도'를 선언하며 R&D 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 결과 홀로그래픽 윈드쉴드 디스플레이(HWD)와 같은 혁신 기술이 탄생했고 이는 2029년 양산 목표와 함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 비계열 수주 목표를 전년 실적보다 30%나 높은 118억4000만 달러(약 17.3조 원)로 잡았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현대모비스는 이제 그룹의 지원 사격 없이도 글로벌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야생성'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협력사 기술이 곧 내 무기…제주서 다진 '원팀' 도원결의


"독자적인 혁신 기술 여부가 우리 모두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기준입니다."


이규석 대표는 2월 9일(제주 해비치호텔) 230여 협력사 대표들에게 친목 도모가 아닌 생존을 위한 '기술 동맹'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가 그리는 미래는 '나 혼자 잘 사는 기업'이 아닌 '함께 혁신하는 생태계'였다.


이규석 사장이 강조한 '원팀(One Team)'은 말잔치에 그치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3년간 협력사의 신기술 개발을 위해 1800억 원을 지원했다. 


그 결과 협력사와 공동으로 출원한 특허만 850건이 넘는다. 이는 현대모비스가 협력사를 단순 하청업체가 아닌 'R&D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사장은 "협력사의 기술 경쟁력이 곧 모비스의 경쟁력"이라며 과감한 투자와 선제적 기술 제안을 요청했다. 대신 현대모비스는 자금 지원은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품질 관리 시스템과 ESG 컨설팅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며 협력사의 체급을 키우는 데 앞장서고 있다.



미래차 시대, 'SW 전사' 함께 키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기에 맞춰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지난해 9월 시작한 '모비우스 부트캠프'는 현대모비스가 비용을 대고 인재를 길러 협력사에 채용까지 연계하는 파격적인 상생 모델이다. 


1기 교육생 300명은 미래차 코딩 교육을 받으며 현대모비스 생태계의 허리를 담당할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또한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 '전과정평가(LCA) 컨설팅'을 도입, 협력사 제품의 탄소 배출량 관리까지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협력사의 리스크가 곧 현대모비스의 리스크라는 인식 하에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현대모비스는 제주에서의 '원팀' 선언을 기점으로 기술과 사람, 환경을 아우르는 전방위적 상생 협력을 통해 글로벌 톱티어 도약을 위한 기초 체력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이 '2026 현대모비스 파트너스데이'에서 협력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원팀 정신'과 기술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광폭 행보는 단순히 실적 개선 차원을 넘어선다. 재계의 시선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최종 종착지'를 향해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위치한 핵심 계열사다. 


이규석 사장이 주도하는 현대모비스의 '몸값 올리기'는 정의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시나리오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자생력 입증'이 지배구조 개편의 선결 과제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했으나 엘리엇 등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실패의 교훈은 명확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하거나 합병할 때 시장이 납득할 만한 '기업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주주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선 회장이 이규석 사장을 현대모비스 수장으로 앉히고 비계열사 수주 확대를 주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기댄 '내부 거래'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수익을 내는 글로벌 기업임을 입증해야만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배구조 개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가 2025년 3월 13일 모빌리티 패러다임 선도 의지를 담은 '뉴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정의선-이규석, 'AI·로보틱스'로 미래 그린다


정 회장은 올해 초 CES 2026에서 현대모비스를 단순 자동차 부품사가 아닌 'AI·로보틱스 기업'으로 정의했다. 현대모비스의 미래 가치를 전통 제조업이 아닌 첨단 테크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이규석 사장이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를 넘어 로보틱스 부품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정 회장의 비전과 궤를 같이한다.


현대모비스가 해외 수주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구체적인 미래 수주 목표까지 공개한 것은 시장에 보내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우리는 준비됐다'는 자신감이다.



2027년 '뉴 현대차그룹' 완성의 해 될까


2027년은 현대모비스 창립 50년의 해다. 이규석 대표가 이끄는 현대모비스가 올해 목표 17조 원대 해외 수주를 달성하고 기술 리더십을 확고히 하면 정의선 회장은 이를 명분 삼아 지배구조 개편의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높다.


'이규석 호'의 항해는 이제 현대모비스라는 기업을 넘어 현대차그룹 전체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기술 독립과 상생 생태계,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현대모비스는 진정한 '글로벌 패권'을 쥔 리더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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