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말이슈] "남들 다 폐기해 ㅂㅅ들아" 대상이 국회의원?···검찰의 '무례 일상화'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09-08 18:46:53
  • 수정 2025-10-16 19:47:21

기사수정
  • - 조직 내 집단사고 폐해…조직 단합이 현명한 결정보다 중요
  • - 윗선'이나 '법체계'만 두려워하는 검찰 조직
  • - 국회나 시민 비판엔 무감각…'공적 감시' 회피

국회TV 캡처

"남들 다 폐기해 ㅂㅅ들아"


5일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를 누가 훼손했는지를 두고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정민 수사관이 답변을 위해 준비한 자료에 손으로 쓴 글이다.


김 수사관은 동료 남경민 수사관과 함께 '말맞추기'를 위해 작성했는데 그 위에 비속어로 추정되는 단어들을 쓴 것이다.


여기에는 "폐기→나 몰라!", "지시 X" 같은 단어들도 있었다.


이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ㅂㅅ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무슨 말인가, 오늘 무슨 자세로 나온 건가, 국회의원들이 ㅂㅅ인가"라고 따졌다.


사건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은신처에서 1억6,500만 원의 현금다발을 확보했는데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 등이 없어졌다. 


당시 지검장이던 신응석이 불참한 청문회에서 관련 검사인 박건욱과 이희동은 면피로 일관했고, 두 수사관이 사건의 중심에 섰다.


김정민 증인과 서영교 의원

'병신'에 대해 조선시대부터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병자'(病者)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병든 몸으로 육갑(六甲, 조선의 군제)에서 빠진다''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다. 


어찌 됐든 이 표현은 장애인 비하로 쓰이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현재는 무능하거나 무엇인가 일이 서툰 사람을 깔볼 때도 쓰고 있다. 


그런 비속어를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그것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을 우습게 보고 모독하는 것이다. 평소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범죄자를 다루다보니 그럴 것이다. 지금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무례의 일상화다. 검찰은 오랜 기간 '우리가 곧 법이고, 절차 따위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내부자식 태도를 취해왔다. 이런 문화에서는 외부 감시(국회, 언론, 시민)에 대한 경계를 넘어, 우습게 여기는 태도가 자라난다. 수사관 자신이 '검찰'이라는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태도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조직 내 집단사고(Groupthink)'의 폐해로 설명한다. 조직의 단합을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들 조직은 서로의 말을 고치지 않고, 권력 남용도 내부 결속으로 덮으면서 권위에 대한 성찰 대신 이탈자를 경계하게 된다. '윗선'이나 '법체계'만 두려워하고 국회나 시민의 비판엔 무감각해지며 '공적 감시'를 회피하는 것이다.


검찰은 '면피'와 '책임 전가'를 할 수 있는 조직이다. 장애인 비하 표현을 자료에 쓴 것마저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는 조직 내 성찰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비속어를 거리낌 없이 쓰는 것이다.


공직자는 전문성만이 아니라, 시민 신뢰를 전제로 하는 직업이다. 그들의 오만과 무례가 사회 전체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들만의 내부통제가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수많은 규정과 절차, 보고 체계가 있지만, 정말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스스로 확인하고, 스스로 신뢰할 만한지 물어야 한다.


국회TV 캡처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모과의 귀지를 파내다 모과에 핀 얼룩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니점액질이 끈끈하게 배어 나온다얼굴에 핀 검버섯처럼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반짝거린다 모과의 귀에 면봉을 깊숙이 넣으니갈색의 가루가 묻어 나온다너는 그것이 벌레의 똥이라고 우기고나는 달빛을 밟던 고양이들의 발소리라 하고천둥소리에 놀라 날아들던 새의 날갯짓 소리라 하고새벽바람에 잔..
  2. [새책] 20대 청년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세계 바꿀 가장 날카로운 무기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지금, 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읽어야 할까? 1%의 부자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가 계속되면 마르크스주의는 다시 부활할까?오월의봄에서 20대 청년 이찬용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펴냈다. 그동안 나온 마르크스주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됐거...
  3.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