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기 적발액이 사상 첫 1조 원을 넘어섰고 사기 인원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거대한 '사기 비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한 대형 손보사 사기 적발액은 연간 보험료의 2.8%로, 보험료 80만 원당 2만2000원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일상 속 유혹에 빠지는 소비자도 있다. 올해 7월 '사소한 거짓말'도 '중범죄'가 되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
"ㄱㄱ(공격) 하실 분? ㅅㅂ(수비)랑 5:5로 나눕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올라온 암호 같은 구인 광고. 축구 경기 인원을 구하는 글이 아니다. 도로 위에서 '고의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낼 범죄 파트너를 찾는 모집책의 은밀한 신호다.
모집책·공모자 간 역할 분담 고의사고 유형
"차만 있으면 돈 벌어요"…청년 유혹한 '검은 거래'
사기단은 교묘했다. 모집책들은 네이버 밴드나 다음 카페 같은 공개된 공간에 '단기 고액 알바'를 가장한 글을 올렸다.
"뒤쿵(후미 추돌) 해주실 분", "이력 깔끔하신 분" 같은 은어를 섞어가며 경제적으로 궁핍하거나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30대 청년들을 텔레그램으로 유인했다.
텔레그램 방에 입장하는 순간,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됐다. 모집책은 참가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했다. 가해 차량은 '공격수', 피해 차량은 '수비수'로 불렸다.
차량이 없는 사람에게는 동승자 역할을 맡겼다.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가벼운 접촉 사고만 내면 합의금을 챙길 수 있다", "보험사가 알아서 하니 책임질 일 없다"는 말에 넘어가 무법자가 됐다.
고의 교통사고 모집책의 SNS 등을 이용한 공모자 모집
짜고 치는 '쾅'…렌터카로 들이받고 23억 꿀꺽
범행 수법은 대담했다. 이들은 진로를 변경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거나,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 차량을 노려 추돌하는 등 사전에 약속된 시나리오대로 사고를 냈다. 렌터카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고 직후에는 '나이롱환자' 행세를 했다. 병원에서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입원하거나, 수리하지도 않을 차량의 미수선 수리비(현금)를 요구하며 보험사를 압박했다.
이렇게 타낸 합의금은 모집책과 공모자가 나누어 가졌다. 모집책은 범행 전 공모자의 면허증과 차량등록증을 미리 받아두는 치밀함을 보였고, 조사 위험이 닥치면 모든 책임을 공모자에게 떠넘기기도 했다.
단순 가담도 징역형…인생 망치는 지름길
금융감독원은 렌터카공제조합과 기획 조사를 벌여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182명을 검거하고, 그중 죄질이 나쁜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가로챈 보험금만 무려 23억 원이나 된다.
SNS와 텔레그램에 익숙한 젊은 층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범죄자가 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으로 SNS에서 공모자를 모집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만으로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순 가담만 해도 처벌받을 수 있으니, 상식에 벗어난 제안은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