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공정위은행 간 약관 시정 절차
공정거래위원회가 고객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은행·저축은행 약관을 뜯어고치기로 했다.
29일 1,735개 은행·저축은행 약관을 심사해 불공정 약관 60개 조항(17개 유형)을 적발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한 것이다.
"은행이 필요하다 판단하면"··고객 동의 없는 '서비스 중단'
은행이 '기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A은행의 경우 "은행은... 기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모든 통화 또는 특정 통화에 대하여 본건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공정위는 이는 계약 당시 고객이 예측할 수 없는 추상적·포괄적인 사유로, 사업자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게 한 명백한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판단했다.
공정위가 은행·저축은행의 불공정 약관 60개 조항(17개 유형)에 대해 해당 업체에 시정요청을 할 예정이다
'시스템 장애' 면책, '홈페이지 공지'로 통보 끝?
고객에게 알려야 할 중요 사항을 '홈페이지 공지'로 퉁치는 조항도 도마에 올랐다.
B은행의 한 예금약관은 우대서비스 내용이 변경될 경우 '은행영업점 및 홈페이지에 변경시행일 1개월 전에 1개월간 게시합니다'라고만 정했다.
공정위는 "고객이 변경 내용을 제때 알지 못해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중요 사안은 개별 통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산시스템 장애' 등 은행의 귀책 사유가 명백한 경우에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부당한 면책 조항도 6개나 적발됐다.
'환율'도 은행 마음대로, '해지'는 영업점 방문 강요
은행이 계약의 핵심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는 조항도 문제였다.
C은행은 외환계약 종료 시 '적용할 환율은 은행이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규정했다. 계약의 핵심인 환율을 은행이 마음대로 정한 것이다.
이밖에도 비대면으로 개설한 통장을 해지할 때 '잔액이 0원인 계좌에 한하여 가능'하도록 제한해 사실상 영업점 방문을 강요하는 조항, '가압류' 등 임시 보전절차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한 조항 등이 시정 대상에 올랐다.
이번 시정요청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거쳐 각 은행이 약관을 개정하기까지 통상 3개월이 소요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은행·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소비자 및 중소기업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공정위는 현재 심사 중인 여신전문금융, 금융투자 등 다른 금융 분야의 불공정 약관도 연내 신속하게 시정을 요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