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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선의 희망공간] 1인가구 위한 공공 프로그램···동반의 마을 상상하다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9-15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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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독한 마을 속에서 고립되는 사람들
  • - 공공 프로그램 서비스 대상자를 넘어서야 할 동반의 마을

송형선 활동가


편의점 한편에 홀로 앉아 컵라면에 소주를 마시며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중년남자를 본다. 사실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어제는 저 자리에 다른 중년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만큼 혼술이 유행인 시대이긴 하다. 오늘따라 중년남자의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저 남자는 무슨 일을 하고 어디에 누구와 살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러나 짐작이 간다. 때 묻은 작업복을 보니, 육체노동을 하는 노동자인 듯하고, 이 편의점 근방 원룸촌 어디에서 살고 있을 것 같다. 집에서 기다리는 가족도 없고 저녁상을 차리기에도 귀찮은 듯 자주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모양이니 혼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저 중년남자처럼 혼자 끼니를 떼우는 모습을 자주 보는 만큼 우리 동네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편의점만이 아니다. 분식점이든 혹은 공원 벤치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장면을 보는 일은 일상에 가까워졌다. 


특정 연령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20대부터 70대 심지어 80대에 이른다. 사실상 모든 연령이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인구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상황의 판단을 위해 강조하지만 한마디로 10대에 걸쳐 연령층을 특정 지울 수 없다. 어느 마을이든 보편적인 현상이다. 문득, 저 중년남자의 모습이 어쩌면 젊은 세대가 처할 미래를 보여주는 것과 같아 보인다. 결혼한 젊은이들의 비율이 점점 떨어지는 걸 보면 20대부터 혼자인 이들이 30대 40대가 되고, 50대가 되어도 혼자 살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행히 20~30대에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더라도, 그들의 미래가 고독하지 않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혼,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부부가 무사히 노년을 함께 맞이한다고 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핵가족화된 지 오래전이고 자녀들이 독립하여 노부부가 사는 집이 많다. 게다가 배후자를 먼저 보낸 후의 고독한 노년의 시간을 감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가구 통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0~30대 1인가구가 늘어가고 있고, 70대에서는 배우자 사망으로 1인가구가 늘어간다. 고독한 청춘에서 고독한 노후로 연결되고 있다. 


생애주기에 따라 이미 농어촌 노인들의 고독한 삶의 형태는 매우 심각한 지경이다. 도시 젊은이들의 고독한 라이프스타일도 만만치 않다. 대한민국의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를 차지하고 2024년 기준 1,000만 가구를 돌파했다. 1인가구의 규모는 마을의 주거 형태를 살펴보아도 금방 알 수 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 도심 주변 공간에 원룸과 오피스텔이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살 수 있는 넓은 주거 공간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까 다인 가구로 구성된 지역과 1인가구 지역이 분리되어 있다. 1인가구 마을 사람들은 마을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간다. 마을 안에 살면서도 마을이 주거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이웃과의 소통도 거의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다. 곤란한 형편이 되어도 도움을 청할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는 경우가 많다. 1인가구 증가는 자연스럽게 고독사 증가로 이어진다. 한 해 3500여 명이 홀로 쓸쓸히 생을 마감하고 있다. 혼자 사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을 가족 삼아 살아가는 1인가구도 늘어가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은 '동물'이 아니고 '자녀'가 되었다. 아예 혼자 사는 것보다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유일한 가족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마냥 긍정적일 수는 없다. 반려동물이 늘어나는 만큼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가고 있는 고독한 이웃들에게 마을은 어떤 의미일까. 주거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어려운 공간에서 마을 공동체의 상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회적 소통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면이 아니라 온라인상이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공동체 문제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공동체의 1주체로서 참여하고 주장해야 할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1인가구가 늘어갈수록 지역정치로부터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대면이 없는 개인들의 두 번째 문제는 확증편향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이다. 자신과 다른 형편의 사람들을 알지 못하고, 이견을 가진 사람을 직접 만나보지 못한 채로 온라인에서 얻은 정보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게 된다.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이견들의 소통과 합의 가능성은 점점 멀어진다. 한 번 얻게 된 확증은 점점 더 강화되고 그 확증의 감옥에 자신을 가둬 놓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


고독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딱히 고독의 반대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독하지 않은 상태를 보통의 상태로 보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나는 고독한 마을의 반대개념의 동반 마을을 그려보고 싶다. 동반은 함께 가는 것이다. 고독한 마을은 각 개인이 혼자 감당하며 살아가는 마을이지만 동반의 마을은 함께 살아가는 마을이다.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되지!'라는 생각에서 '함께 잘 살아야지'라는 마음들이 커지는 마을이다. 물론 1인가구일 수도 있고 대가족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 혼자', '내 가족만'의 마음에서 '우리 마을', '우리 공동체', '우리 지구'라는 마음으로의 변화다. 좋은 마을이란 게 별 것이 있을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좋은 마을'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다양한 만남과 소통과 즐김의 문화가 필요하다. 고립된 집안을 벗어나서 잠시 쉴 수 있는 작은 공원이나 공동의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생활공간에서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통의 문제를 가진 이들이 함께 모여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런 커뮤니티는 시장에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역에서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형태의 NGO들이 지속되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고독한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공동체 전체의 고민과 제도, 정책도 필요하다.


1인가구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1인가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시행되고 있다. 인천시는 '인천 1인가구 포털'이라는 웹 페이지를 통해 인천시 전체 1인가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인천 1인가구 포털'은 건강가정기본법이 명시한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국민의 권리. 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밝히고,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 가족 구성원의 복지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건강가정 구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인천시는 2022년 2월 '인천광역시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위한 1인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1인가구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1인가구의 안정적 생활 기반 구축과 복지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고 나아가 지역 공동체 강화와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인천 '1인가구 포털'은 '혼자여도 편안하고 함께 하면 더 힘이 되는 살기 좋은 인천'이라는 모토로 1인가구의 안정된 생활지원, 서로 돌보고 함께 지키는 안전한 환경 조성, 공유와 관계 맺음을 통한 사회적 고립 해소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 1인가구 포털은 이를 위해 인천시 복지정책과, 아동정책과 청소년정책과, 사회적 경제과, 노인정책과 등 각 관련 부서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프로그램이 일부 지역 복지관을 통해 진행되고 있어 지역적으로 편중되고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간에는 일터에서 일을 해야 하는 대다수 1인가구는 참여할 수 없는 주간 시간대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인천의 '1인가구 포털' 외에 서울에서도 다양한 1인가구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에서 운영하는 '놀다가'는 공간을 활용하여 1인가구들의 고립을 해소하고 다양한 학습활동과 쉼 공간을 제공한다. 1인가구들이 밀집해 있는 공간에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저런 공공의 프로그램들은 나름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서비스에 불과하다. 마을의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만들고 운영하는 것과는 다르다. 1인가구들의 사회적 고립을 서비스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1인가구 구성원들도 당당한 사회의 1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과 참여의식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서비스 대상자라는 것을 넘어 공동체의 책임 있는 설계자고 주체라는 관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마을인지 아닌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글을 마무리하며 자문해 본다. 아마도 함께 웃는 웃음의 총량이 많은 마을이 아닐까 싶다. 고독의 무거운 그림자를 벗어나 동반의 관계 속에서 웃는 날이 많은 마을이 좋은 마을이 아닐까? 고독을 즐긴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고독이 일상이 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대의 고독은 선택된 고독이 아니라, 강요당한 고독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고독이 아닌 함께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상상력과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 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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