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인천에 있는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남동희망공간'에서 일하고 있는 송형선입니다.
오늘 하루도 희망찬 출근길을 시작하시는 시민 여러분을 바라보며 문득 떠올립니다.
"여러분의 희망찬 발걸음에 소음으로 불편하게 해 죄송합니다."
"저희는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 나온 '장애인차별철패연대"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장애인과 함께하는 동료 시민들입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불편함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면서도 이렇게 나오게 된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위 문장들은 지하철에서 시위하는 '장애인차별철패연대'와 동행한 시민들의 현장 목소리입니다.
간혹 몸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주 동참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력하나마 글을 통해 시민들께 편지를 씁니다.
저는 우선, 우리의 희망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어떤 희망을 안고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길에 나섰습니까. 일터에서의 보람들 좋은 만남, 혹은 매달 노동의 대가로 통장에 꽂히는 월급봉투가 여러분의 아침을 시작하게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꽂히는 즉시 카드사와 은행에서 빠르게 회수해 가는 안타까운 현실도 함께 갖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랑하는 이와의 설레는 만남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자녀들이 여러분의 희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 맞습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삶이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 아닙니까. 희망이 없다면 우리는 한순간도 즐거울 수 없고, 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고통일 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희망이란 것을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절망의 벽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들입니다. 물론 전부는 아닙니다. 다수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왜, 무엇 때문에 장애인들은 희망을 품지 못하고 절망하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1984년 지금으로부터 41년 전 4월 20일 서울에 사는 김순석 님이 자살했습니다. 김순석 님의 요구는 너무도 간단한 요구였습니다. 바로 서울 거리에서 턱을 없애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두 발로 아무런 불편 없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 턱하나가 장애인들에게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이었습니다. 다니는 곳곳마다 지뢰처럼 불쑥불쑥 나타나는 턱들은 작은 턱, 그러니까 사소한 턱이 아니라 장애인들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바꾸어서라도 없애고 싶은 절망의 벽이었습니다. 무려 40년 전의 절박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이후 우리 사회는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우리가 사는 곳곳에 장벽들이 넘쳐납니다. 어떤 분들은 아주 좋아지지 않았느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좋아진 그곳에는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습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70대 장애인 부부가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다가 추락하여 1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2010년에는 서대전역에서 전동휠체어로 이동하던 장애인인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2017년 신길역에서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던 한경덕 님이 휠체어 리프트 호출 버튼을 누르다가 추락하여 중상을 입고 사망하였습니다. 2022년 4월에는 서울 양천향교역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던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다가 추락하여 사망하였습니다. 인천에서도 2006년 신연수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 계단을 오르다가 추락해 중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왜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느냐. 불법 점거를 일삼는 장애인 단체를 엄벌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침 바쁜 출근길에 출근할 수 없으니 얼마나 불편하고 애간장이 타겠습니까. 직장에 가면 늦게 왔다고 상사에게 혼날 수도 있고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시민 여러분 저희와 장애인들이 그러한 시민들의 불편을 몰라서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거대한 절망의 벽이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민의 발을 묶는 것은 장애인들이 아닙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국가가 보장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4조 5항은 신체장애인 및 질병 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것입니다. 여러분이 장애인의 이동권 시위로 불편을 겪는다면 그것은 헌법이 보장한 장애인 이동권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국가와 지자체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이지 장애인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것이 아닙니다. 예 우리는 장애인과 싸우자는 정치인의 목소리가 아니라 장애인 차별에 맞서 싸우자는 목소리가 더 사람다운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입니까. 저는 품격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사회는 품격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약자이거나 소수자이거나 가난한 자이거나 노인이거나 어린이거나 장애인이거나 누구라도 차별 없이 행복하게 미래의 꿈을 꾸며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품격 있는 사회라고 믿습니다.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