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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인터뷰] 『바람은 너를 세워 놓고 휘파람』 시집, 황정현 시인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4-12-26 22:20:35
  • 수정 2025-04-01 00: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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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골목의 슬픔이 노래가 될 때까지



2021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황정현 시인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다. 때맞춰 데뷔 4년 만에 첫 시집을 세상에 내어놓았다. 시집 제목은 시집 속에 수록된 시편 중 한 편의 제목인 '바람은 너를 세워 놓고 휘파람(파란)'이다.

 

사실 시인이 된 연유와 시에 대한 여러 견해를 듣고자 했다. 그러나 이제 막 독자와 만날 시집을 소개해 보라는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됐다. 


『바람은 너를 세워 놓고 휘파람』이 첫 시집 제목입니다. 4부로 구성돼 있고요. 부마다 결이 조금씩 다른 시들을 모았어요. 내용은 주로 제가 다니는 골목의 슬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린 시절 골목은 이웃과 연결되는 통로였어요. 서로를 보듬고 나누는 장소였지요. 지금의 골목은 단절을 의미하기도 해요. 자본의 폭력 앞에서 점점 멀어지는 이웃과 어두워진 골목의 슬픔을 첫 시집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슬픔의 역설로 골목의 회복이 잃어버린 이웃을 찾는 것으로 생각해요. 


질문: 아 그렇군요. 평론가나 독자들은 본인의 작품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요? 


해설을 써 주신 박동억 평론가는 이렇게 표현했어요. "형언할 수 없는 타자를 향한 응답"이라는 제목을 통해 "황정현 시인의 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인간의 연약함이다. 시인의 목소리는 세상을 향하지는 않는다. 즉 참혹을 견디는 자를 위한 정의나 부당한 세계를 향한 심판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시인은 투쟁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니지 않은 취약한 존재, 자신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불안한 존재를 형상화한다”고 하셨어요. 내가 바라는 바를 응원하는 표현으로 품고자 해요. 그러자면 내가 떠안고 있는 숙제를 풀기 위해 멈춤 없이 정진해야 해요.



 


극지의 순록은 우아한 뿔을 가졌다

거친 발굽으로 수만 년을 걸어왔다


죽은 자식을 동토에 던지며 발길을 돌려야 했고

비틀걸음으로 얼음산을 넘어야 했고


살점을 떼어 어린 자식의 배를 불려야 했고

뿔을 세워 침입자에 맞서야 했고


온몸을 쏟아 무리를 지켰다

죽어서도 흙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치열한 싸움에서

늘 이기고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당신은 무덤을 등에 지고 돌아왔다

무덤은 살고 당신은 죽었다


무덤 속에서 얼음이 자라고 있다

얼음은 흙을 밀어 올려 산이 될 것이다


얼음의 계절이 오면 순록은

바늘잎나무숲으로 순례를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당신의 길이 보인다.


-황정현 시인의 '핑고'(경인일보신춘문예 당선작) 전문 



"마지막 행간까지 존재적 사유와 확장된 미학을 끝까지 선보인 작품이며, 담담한 어조로 '빙산'의 푸른 내부를 응시하면서 '무덤 속 얼음'이 '흙을 밀어 올리는' 생명의 신생과 사멸에의 '언어적 밀행'을 보여주고 있다."는 심사평에 이은 당선소감은 "작은방 낡은 의자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삐걱삐걱 의자가 소리를 내면 제 뼈들도 뚜둑뚜둑 화답합니다. 그렇게 저도, 의자도 함께 낡아가겠지요.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지만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출 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겠습니다"라고 했다.  

 

질문: 위와 같은 등단작과 심사평 그리고 당선소감을 밝힌 지 4년이 흘렀습니다. 첫 시집이 나왔고 황정현 시인에게 4년은 어떠한 시간이었을까요? 


삶이 늘 고단했던 것 같아요. 쫓기듯 이사도 자주 했고요. 제 속에 불안과 슬픔이 가득 찼을 때 끄적거렸던 글들을 이삿짐 속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요. 울분에 가까운 속풀이와 다름없었죠. 시도 뭣도 아니었지만 쓰고 났을 때의 후련함이랄까요. 그런 마음이 오래 남아서 습작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질문: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시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요.


시 속의 좋은 문장들은 강렬함을 주기도 하고 온화함을 품기도 해서 마음을 사로잡아요. 평소에 시를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잊히지 않는 한두 문장쯤 있다면 삶에 지치고 외로울 때 조금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해요. 우리가 익히 아는 윤동주 시인과 이육사 시인의 생애를 통해 삶과 시에 대해 숭고함을 배울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질문: 시인으로서 작품 활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어떤 시를 쓰겠다는 구상을 하기보다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에 의지하여 즉흥적으로 쓰는 편이에요. 우연에 기대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쓰고나서 퇴고를 오래 하는 편이에요. 퇴고하면서 과감히 버려야 하는 것과 바꿔야 하는 것에 대해 결정장애에 시달리죠. 특히 조사나 문장부호 하나로 밤을 새우기도 해서 퇴고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질문: 자신이 추구하는 시에 대한 생각은 무엇인지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어떤 시를 쓰겠다고 마음먹고 쓰는 시가 아니지만 한 권의 시집으로 묶으니 어떤 흐름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었고요. 정해진 것은 없지만 우연으로 흐르더라도 ‘슬픔’에 골몰할 것 같긴 해요.


질문: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과 희망, 또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시집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정신없이 연말을 보내고 있어요. 곧 새해가 오네요.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보다 시가 내게 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더불어, 여러분에게도 희망이 서슴없이 다가오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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