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작가 작업실
예술에는 과연 '정상'이 있을까. 정확한 음정, 균형 잡힌 신체, 안정된 리듬, 또렷한 시선, 완결된 서사는 오랫동안 예술의 보편적 규칙처럼 자연스럽게 작동해 왔다.
이 기준들이 정말 보편적인지 혹은 특정한 몸과 감각을 전제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누구도 질문하지 않는다. '장애예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예술의 '정상성'은 누구의 기준인가
예술의 정상성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 축적된 미학적 합의의 결과며 동시에 배제의 산물이다.
서구 근대 미학은 이상적인 신체와 감각을 중심으로 예술을 조직해 왔다. 무대 위의 몸은 대칭적이어야 했고 음악은 정확한 청각을 전제로 구성되었으며 미술은 시각 중심의 감상을 기본값으로 삼았다.
이러한 기준은 정상적인 신체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특수한 신체 조건을 가진 이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된다.
김현우 작가가 2024년 FWOL(FUTURE WIDE OPEN LAB)에서 공연한 에코멜레(Échos Mêlés)
왜 다른 감각과 신체는 늘 '특수한 경우'로 분류되는가
장애예술에서 흔히 발견되는 비정형적 움직임, 불규칙한 리듬, 비가시적 감각은 미학의 오류가 아니라 미학이 충분히 확장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아서 단토의 예술세계 개념과 맞닿아 있다.
단토는 어떤 대상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특성보다 해석의 틀이 중요하다고 한다. 예술은 감각적 대상이 아니라 의미의 구조 속에서 성립된다. 이 관점에서 장애예술은 '미학적으로 부족한 예술'이 아니라 예술세계가 포착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는 예술이며 그것을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예술의 기준이 순수한 취향의 문제보다 문화자본과 권력이 작동하는 장의 산물이라 한다. 장애예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미완성이라서가 아닌 기존의 '예술의 장' 규칙과 어긋나 있기 때문이며 이 어긋남은 구조를 드러내는 '균열'이라고 한다.
규범 아닌 경험의 변화에 따라 재구성되어야 할 사유의 틀
예술의 '정상성'을 의심한다는 것은 기준을 모두 무너뜨리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투명하게 드러내자는 요구다.
다른 감각과 신체가 예술의 언어가 될 수 있다면 예술은 더 이상 소수의 기준을 반복하는 장르가 아니라 다양한 세계가 공존하는 장이 되며 이러한 재구성은 예술의 질을 높이고 예술을 더 정교하게 만들 것이다.
하나의 기준으로는 보이지 않던 다름의 감각이 예술로 드러나면 더 다양한 질문을 품게 되고, 장애예술이 제안하는 미학은 '쉽게 이해되는 예술'이 아닌 '다름을 해석하는 예술'이 될 것이다.
김형희 화가
김형희 화가는 성균관대에서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CHA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상명대에서 공연예술경영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7년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를 설립하고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케이디아트컴퍼니(K-Dart Company) 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