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경 화요 대표(여주화요공장 기자간담회)
"중국의 마오타이처럼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명주(名酒), 우리라고 못 만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의 세금 제도는 좋은 술을 만들려는 노력에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1일, 경기도 여주 화요 제2공장. 창립 22주년을 맞은 이날, 조희경 화요 대표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답답함이 교차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진동하는 구수한 밥 짓는 냄새. 100% 국산 쌀로 빚어내는 이 '진짜 술'의 향기 속에서 조 대표는 '화요그룹'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꽂았고, 동시에 해묵은 규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릇·음식·술 아우르는 '화요그룹' 시대 개막
조 대표는 이날 화요를 중심으로 도자 브랜드 '광주요'와 식문화 플랫폼 '가온소사이어티'의 역량을 하나로 묶는 '화요그룹'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조태권 회장의 세 딸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3자매 경영' 시대를 연 것이다. 둘째 조희경 대표가 화요를 이끌고, 첫째 조윤경 대표가 가온을, 셋째 조윤민 대표가 광주요를 맡아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아직 화요는 멀었다"며 냉철하게 자평하는 조 대표 시선은 국경 너머를 향해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중국의 마오타이 같은 글로벌 브랜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5개국을 집중 공략하겠다. 해외에서 타피오카로 만든 저가 소주가 아닌, 쌀 100%로 빚은 프리미엄 증류주로 승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는 화요를 활용한 '캔 하이볼' 출시라는 새로운 도전도 예고했다.
첨단 '디지털 아랫목'과 숨 쉬는 옹기의 조화
여주 제2공장은 그의 자부심이 응축된 공간이다. 스마트팩토리로 운영되는 이곳은 고두밥에 미생물을 접종해 발효시키는 과정을 자동화했다. 박준성 생산본부장은 이를 '산업화한 아랫목'이라 불렀다.
기술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시간의 맛'은 지하 숙성고에 있었다. 300여 개의 숨 쉬는 옹기 속에서 술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0년의 세월을 견딘다.
QR코드로 관리되는 이 옹기들은 화요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작품'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조 대표의 38번째 외침 "모든 비용에 세금 매기면 발전 없어!"
조 대표의 목소리가 가장 높아진 순간은 '세금'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현행 방식(종가세)은 좋은 재료를 쓰고 오랜 기간 숙성해 원가가 높아질수록 세금 폭탄을 맞는 구조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포함 딱 4개국만 가격 기준 세금을 고집합니다. 좋은 술을 만들려는 모든 비용에 세금을 매기니, 결국 술 산업도 농업도 발전하지 못하는 겁니다."
조 대표는 15년간 무려 38번이나 주세법 개정을 청원했지만, 돌아온 건 '희석식 소주 가격 인상 우려'라는 벽뿐이었다.
이에 "그렇다면 희석식 소주는 그대로 두고, 우리 같은 증류식 소주(전통주)만이라도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화요 한 병 출고가가 1만 원이면 세금만 5000원이 넘는 현실. 조 대표는 "종량세로 바뀌면 30% 정도 가격 경쟁력이 생겨 남는 쌀 소비 촉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류식 소주 점유율 3%의 좁은 문을 뚫고 세계로 나가려는 조희경 대표. 그의 '맛있는 반란'이 과연 낡은 제도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화요그룹의 2막은 이제 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