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이 21일 일본 도쿄대 야스다 강당에서 '도쿄포럼2025' 개회사를 하고 있다. SK그룹이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울 태세다. AI 시대 '산업의 쌀'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그룹 전체 수출을 120조 원대까지 끌어올렸다.
SK는 25일 3분기까지 수출액은 87조8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이 속도라면 올해 120조 원 돌파가 무난하다.
지난해 102조5000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수출 100조 클럽' 가입을 사실상 확정 지으며 수출 한국의 버팀목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수출 대박'의 일등 공신은 단연 SK하이닉스다. 지난해 그룹 수출의 절반(54%)을 책임졌는데, 이번엔 3분기 비중이 65%(56조7,000억 원)까지 늘리며 그룹의 '가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SK그룹 수출액 추이(2024년~2025년 3분기)
HBM을 필두로 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가 전 세계 AI 빅테크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효자 노릇을 제대로 한 덕분이다.
SK의 성적표는 대한민국 경제 지표까지 바꿔놓았다. 정부가 발표한 3분기 국가 수출액은 1,850억 달러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찍었는데, 여기엔 HBM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수출(466억 달러)이 결정적이었다.
기업이 돈을 잘 버니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SK하이닉스가 3분기까지 낸 법인세만 4조3,000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0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45배나 폭증한 돈이다. 주가도 고공행진하며 시가총액 379조 원(24일 종가 기준)을 기록, 국내 시총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최태원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통한 것이다. 2012년 적자투성이 하이닉스를 산 뒤 에너지·통신 중심이던 그룹 체질을 반도체·AI·바이오로 과감히 뜯어고쳤다. 미래 먹을거리를 점찍고 적자 기업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체질 개선 노력이 빛을 발했다.
SK는 투자의 고삐를 더 죈다. "최태원 회장의 지휘 아래 미래 성장사업에 집중하며 국가 경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 원을 쏟아부어 매년 8,000명 넘게 채용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