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온다
가을은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온다.
먼 산 산마루를 타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슴 뭉클하게 온다.
가을이 온다.
가을은 시냇물처럼 투명하게 온다.
물 아래 모래 한 알까지
모래무치 한 마리 은비늘까지
또릿또릿 셀 수 있게
투명하게 온다.
-권영상 시인의 시 '가을' 전문
이 시는 <구방아, 목욕가자>라는 동시집에 실려있다.
아이의 마음처럼 참 맑은 시다. 시인은 직유적 표현을 통해 가을이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시냇물처럼 투명하게 온다고 표현했다. 이런 계절의 변화는 외부세계의 현상이지만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어느새 뭉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물 아래 모래 한 알까지, 작은 물고기 은비늘까지 또릿또릿 셀 수 있게 눈과 마음도 투명해지는 것 같다.
가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존재들이 현현(顯現)하는 계절이다. 그것을 느끼고, 감각하고, 사유하는 것은 우리들 몫이다. 올 가을은 물 속의 모래 알갱이, 작은 물고기의 은비늘까지도 또릿또릿 셀 수 있게 눈과 마음이 맑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공감하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 빛나는 가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