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TV 캡처
"남들 다 폐기해 ㅂㅅ들아"
5일 이른바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를 누가 훼손했는지를 두고 열린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김정민 수사관이 답변을 위해 준비한 자료에 손으로 쓴 글이다.
김 수사관은 동료 남경민 수사관과 함께 '말맞추기'를 위해 작성했는데 그 위에 비속어로 추정되는 단어들을 쓴 것이다.
여기에는 "폐기→나 몰라!", "지시 X" 같은 단어들도 있었다.
이에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ㅂㅅ의 의미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무슨 말인가, 오늘 무슨 자세로 나온 건가, 국회의원들이 ㅂㅅ인가"라고 따졌다.
사건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남부지검은 건진법사 전성배 씨 은신처에서 1억6,500만 원의 현금다발을 확보했는데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 등이 없어졌다.
당시 지검장이던 신응석이 불참한 청문회에서 관련 검사인 박건욱과 이희동은 면피로 일관했고, 두 수사관이 사건의 중심에 섰다.
김정민 증인과 서영교 의원
'병신'에 대해 조선시대부터 장애인을 낮잡아 부르는 '병자'(病者)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병든 몸으로 육갑(六甲, 조선의 군제)에서 빠진다''에서 나왔다는 말도 있다.
어찌 됐든 이 표현은 장애인 비하로 쓰이므로 사용하면 안 된다. 장애인만이 아니라 현재는 무능하거나 무엇인가 일이 서툰 사람을 깔볼 때도 쓰고 있다.
그런 비속어를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그것도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했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을 우습게 보고 모독하는 것이다. 평소 검찰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범죄자를 다루다보니 그럴 것이다. 지금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무례의 일상화다. 검찰은 오랜 기간 '우리가 곧 법이고, 절차 따위는 형식에 불과하다'는 내부자식 태도를 취해왔다. 이런 문화에서는 외부 감시(국회, 언론, 시민)에 대한 경계를 넘어, 우습게 여기는 태도가 자라난다. 수사관 자신이 '검찰'이라는 착각에서 헤어나지 못한 태도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조직 내 집단사고(Groupthink)'의 폐해로 설명한다. 조직의 단합을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이들 조직은 서로의 말을 고치지 않고, 권력 남용도 내부 결속으로 덮으면서 권위에 대한 성찰 대신 이탈자를 경계하게 된다. '윗선'이나 '법체계'만 두려워하고 국회나 시민의 비판엔 무감각해지며 '공적 감시'를 회피하는 것이다.
검찰은 '면피'와 '책임 전가'를 할 수 있는 조직이다. 장애인 비하 표현을 자료에 쓴 것마저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는 조직 내 성찰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환경에서 일하다보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비속어를 거리낌 없이 쓰는 것이다.
공직자는 전문성만이 아니라, 시민 신뢰를 전제로 하는 직업이다. 그들의 오만과 무례가 사회 전체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그들만의 내부통제가 국가의 신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수많은 규정과 절차, 보고 체계가 있지만, 정말 국민을 위하는 일인지 스스로 확인하고, 스스로 신뢰할 만한지 물어야 한다.
국회TV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