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상상하고 상상해서, 세계를 만드는 거지. 두려운 것이 없는 완전한 세계를. 그렇게 우주를 만드는 거야, 이곳에서. 그럼 이곳이 진짜가 되겠지."
문학동네에서 천선란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 《모우어》를 펴냈다. 2019년 『천 개의 파랑』으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수상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천선란은 '한국 SF의 미래를 눈부시게 만들 작가'다.
《노랜드》후 2년 만에 묶었다. 미발표작 두 편 포함,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쓴 여덟 편이 담겨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외계 존재 진압에 투입된 어린아이들부터 비범한 능력을 가진 청소년, 장의사 안드로이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살아가는 인간과 비인간동물까지 다양한 존재가 조명된다.
사라진 존재를 구하고자 분투하는 이들의 쓸쓸하면서도 아련한, 그러면서도 뜨거운 내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은 극한 상황을 맞닥뜨린 인물들은 슬픔과 상실감을 안고도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 용기는 어떻게 생기고 또 발휘되는지, 간절함이 담긴 중요한 단서는 제공되는지 확인하길 바란다.
작가는 인물들이 씁쓸한 현실을 서사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위태로운 세계에 기꺼이 파수꾼이 되고자 하는 인물들이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