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막을 달리는 K9 자주포(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산권에 첫 수출'…베트남에 K9 자주포 20문 3,500억 계약
한국의 K9 자주포가 사상 처음 공산국가인 베트남에 수출된다. K방산이 '서방권'을 넘어 공산권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통령실은 "베트남에 K9 자주포 20문을 수출하게 됐다. 정부 간(G2G) 거래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납품한다"고 밝혔다.
10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베트남 국가 권력 서열 1위)이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방한 중에 나온 성과다.(베트남 서기장 방한은 11년 만이다) 양국은 K-9 자주포 도입은 물론, 고속철도, 방위산업 등을 포함한 문화·예술 산업 분야 전방위에서 논의를 하고 있다.
계약 금액은 2억5,000만 달러(약 3,500억 원)다. 전망보다 500억 원가량 적지만 유지·보수·정비(MRO) 계약을 제외한 것으로 보아 2차 계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납품이 완료되면 베트남은 세계 10번째 'K9 유저 클럽' 국가가 된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이재명 대통령.베트남, 왜 K9인가? - 무기 현대화·러시아 의존 탈피
베트남은 러시아(옛 소련 포함)에 무기 공급을 의존해 왔다. 베트남전 이후에는 미국의 제재로 공산국가 외에서는 살상 무기를 가져올 수 없었다. 중국과는 남중국해 분쟁이 있어 무기 구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근까지(1995~2023년)도 약 80%가 러시아산이었는데 러-우전쟁으로 러시아산 무기 도입이 쉽지 않고 예비 부품도 부족하게 됐다. 국제 정세가 변해서다. 이에 베트남은 무기 수입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려고 한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군 현대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시작한 베트남은 서방 표준 무기 체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에 한국산 무기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무기 구매는 중국과의 관계가 있어 쉽지 않다.
동남아 국가들은 K방산을 '가성비가 뛰어나고 성능도 좋은데 납기일까지 완벽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 게다가 기술 이전에도 호의적이다. 2023년 기준 베트남은 5~7년간 2조6,000억 원가량을 쏟아부어 최신 무기를 도입하려 한다.
지난해 한국은 베트남과 '한국 무기체계 도입을 포함한 국방·방산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베트남은 군 현대화를 모색하며 k-방산을 검토한 것이다. 2023년에는 베트남 국방장관이 방한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해 실전 배치된 K9 자주포를 살피기도 했다.
K9 자주포 장점···베트남의 군 현대화 맞춤형 무기체계
K9 자주포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강력한 화력이다. 155mm 포탄이 40km까지 날아가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한다. 험준한 지형에서 기동성도 뛰어나다. 차체도 튼튼하고 엔진도 강력해 산악지형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자동화 시스템은 진지 변경은 물론 적의 공격에 빠르게 대응해 생존 확률을 높인 자동화 시스템도 갖췄다. 최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무기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해 작전 수행을 할 수 있다. 네트워크 중심전(NCW) 능력이 K9 자주포의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가격 메리트까지 있다. 비슷한 성능의 다른 자주포보다 저렴해 국가 예산이 빠듯한 국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유지보수시스템도 체계적이어서 관리하기도 좋다.
이밖에 '맞춤형 개량 생산', 기술 이전을 통한 현지화 생산도 가능하다. K9 도입은 '중국 견제'와 더불어 미국·서방국제질서에도 한 발 다가서는 행보라 할 수 있다.
K방산, '동남아벨트' 공략···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한국 방산업계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4개국을 전략적으로 집중할 '동남아벨트'로 묶었다.
한국 방산 제품의 주요 수출국이자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방산의 핵심 거점이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군 현대화와 다변화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산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 방산의 대표 파트너다. 장보고급 1,400톤 잠수함 3척 수주를 포함해 KT-1 군용기, 지대공미사일 신궁, 군용 차량 등 1조3,000억 원에 달하는 무기를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 의존도에서 벗어나는 건 물론 현지화도 진행하고 있는 K방산의 동남아 진출 전략의 중추다.
말레이시아는 FA-50 경공격기 18대와 연안임무함 3척, 장갑차 등을 도입했다. 1조2,000억 원(9억2,000만 달러) 규모로 2차 도입을 논의하고 있으며 해군 함정 수출도 협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장기 파트너십 측면에서 한국 방산의 강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태국은 FA-50 고등훈련기 12대를 비롯해 푸미폰야둔야뎃 호위함 1척, K200 장갑차 등을 가져갔다. 군 현대화 정책에 따라 k방산에 대한 품질과 A/S 신뢰도가 높다. 최근 T-50 추가 주문은 물론 K200A2 업그레이드 등 부품·정비 분야 협력까지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은 6월 1조 원(7억 달러) 규모의 국산 다목적 전투기를 수입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FA-50 전투기 12대를 납품 받고, 후속 조치로 군수 지원도 받는다는 계약이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토 분쟁을 하며 공군력 강화를 추진하는 데 K방산을 선택한 것이다.
이들 4개국은 지리적으로 인접하며, 군 현대화를 필수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 이전, 현지화, 군수지원 서비스에서 강점을 있고, 지정학적 긴장과 미·중 경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K방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