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중국의 시인들 가운데 시불(詩佛)이라 불리는 왕유의 시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를 소개한다. 시의 부처님 왕유를 시불(詩佛), 인간을 뛰어넘는 신선의 세계인 이백을 시선(詩仙), 시의 성인인 두보를 시성(詩聖), 신화와 귀신 시를 많이 쓴 이하를 시귀(詩鬼)라 부른다.(출생순)
왕유(王維, 699~759)는 중국 성당(盛唐)의 관리이자 시인, 화가이다. 수묵산수화에도 뛰어나 남종문인화의 창시자로 추앙받는다. 자(字)는 마힐(摩詰)이다.
불교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에 심취했고, 나이가 들어서는 출가하고자 하였으나 황제 숙종이 허락하지 않아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마힐은 불교《유마경(維摩經)》의 주인공인 유마힐(維摩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성명과 자(字)를 붙이면 '왕 유마힐'이 된다.
비슷한 시대를 산 인물로 맹호연(689~740), 이백(701~762), 안진경(709~785), 두보(712~770)가 있다. 작품으로는 구월구일억산동형제, 죽리관, 임고대, 녹채, 산중, 송춘사 등이 있다.
왕유의 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 시 제목을 의역하면 '변경지방인 안서땅으로 가는 원이를 아쉬워하면서 떠나보낸다' 정도이다. 중국의 많은 송별시 가운데서도 자주 애송되는 시인데 '위성곡(渭城曲)'이라고도 부른다. 또한 헤어짐이 아쉬우니까 예로부터 '양관'이 들어가는 마지막 구절을 세 번 불렀다 해서 '양관삼첩(陽關三疊)'이라고도 불린다. 드라마 <허준>에서 전광렬 배우가 과거보러 가는 길 주막집에서 다른 선비들과 이 대목에 대해서 논쟁하는 장면이 나온다.
7언절구이며, 운자(韻字)는 塵(진), 新(신), 人(인)이다.
送元二使安西(송 원이 사 안서)
渭城朝雨浥輕塵하니 위성조우 읍경진
客舍靑靑柳色新이라 객사청청 류색신
勸君更進一杯酒하니 권군갱진 일배주
西出陽關無故人이라 서출양관 무고인 (3창)
원이를 안서로 보내며
위성에 아침비 내려 가벼운 먼지 적시니
객사의 푸른 버들 더욱 푸르구나.
그대에게 권하노니 한 잔 더 들게
서쪽 양관 땅에 나가면 벗이 없을 테니…
<참고>
당(唐)나라는 크게 네 시기로 구분된다. 초당(初唐): 제국의 기초.
성당(盛唐): 713년 ~765년. 당나라 전성기. 중당(中唐): 쇠퇴기 시작. 만당(晩唐): 쇠퇴/쇠락기.
元二(원이): 원씨 성(姓)의 동족 중에서 같은 항렬(行列)의 둘째 형제.
安西(안서): 지금의 신강성(新疆省). 신장. 변경 지방.
渭城(위성): 진(秦)나라의 수도 함양(咸陽)을 한대(漢代)에는 위성이라 불렀다. 당(唐)나라 수도 장안(長安)의 북쪽에 있어서, 서역(西域)으로 가는 사람을 여기서 전별했다.
柳(버들 류): 중국인들은 작별할 때 길 떠나는 사람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주는 풍습이 있다. 그래서 버들은 작별, 헤어짐을 상징한다. 버드나무 가지를 꺾는다를 한자로 쓰면 절류((折柳), 절양((折楊)인데, 이별을 나타낸다. 楊 버들 양.
陽關(양관): 감숙성(甘肅省) 돈황 서남방에 있는 관문(關門). 서역으로 통하는 관문 중 가장 서쪽 변방에 위치한 관문이다. 위성에서 양관까지는 약 1,400㎞이고, 양관에서 안서까지는 약 500㎞로 사막이 펼쳐져 있다.
故人(고인): 오랫동안 사귀어 온 친구. 아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