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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의 한시 한 편] 두보의 춘망(春望)
  • 김주성 기자
  • 등록 2025-04-24 00:00:01
  • 수정 2025-05-08 07:2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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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절을 생각하니 꽃을 보아도 눈물 흐르고

당현종과 양귀비: 당나라 예종의 3남인 이융기는 710년, 25살 때 정변을 일으켜 폐위되었던 부황을 복위시켰다. 형의 양보로 황태자가 되었고, 27살 생일에 아버지가 제위를 물려주어 황제에 오르니 이 사람이 당나라 6대 황제 현종(玄宗. 712~756 재위 )이다. 약 25년 동안 새벽부터 밤까지 국정을 살피며 태평성대를 이루어, 후세에 연호를 따서 '개원(開元)의 치'세(治世)라 부를 정도로 모범인 임금이었다.

그러나, 그도 나이를 먹으면서 느슨해지고 간신배를 등용하고 정치는 혼탁해진다. 737년 황후가 죽고 나서 며느리 양옥환을 양귀비로 만들고, 그녀의 오빠인 양국충을 승상에 올리고, 나라는 더욱 혼란해진다. 

747년, 변방을 지키는 절도사 안록산이 장안으로 오자,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다. 안록산은 현종과 양귀비의 총애를 받고, 양귀비의 수양아들이 되었다. 29살의 양귀비는 59살의 늙은 현종 대신 44살의 젊고 체구가 우람한 안록산을 사랑하게 되었다.

안록산 사사명의 난: 755년 12월부터 763년 2월에 걸쳐 절도사 안록산이 난을 일으켰고, 부하인 사사명과 그 자녀들이 이어간 큰 반란이다. 안사(安史)의 난, 천보(天寶)의 난이라고도 하며,  9년간 지속되었다. 이 기간 동안 당나라의 인구는 3600만명이나 줄었고,  장안(長安)은 황폐해진다.

두보는 반란 소식을 듣고 수도로 가다 반란군에게 붙잡혀 장안으로 압송되지만, 관직이 말단이라 감옥살이는 오래 하지 않고 곧 풀려난다. 그 이듬해 3월 46살 무렵, 두보(杜甫, 712~770)는 <춘망>이라는 시를 짓는다. 


春望 춘망(봄에 바라본다, 봄의 소망)


               

國破山河在  국파산하재

城春草木深  성춘초목심

感時花濺淚  감시화천루

恨別鳥驚心  한별조경심


烽火連三月  봉화연삼월

家書抵萬金  가서저만금

白頭搔更短  백두소갱단

渾欲不勝簪  혼욕불승잠


나라는 깨졌어도 산하는 그대로이고,

성에는 봄이 와 초목이 무성하도다.

시절을 감상하니 꽃을 보아도 눈물 흐르고,

한스러운 이별에 새소리에도 놀라네.


봉화불은 석 달째 이어지니,

집에서 온 편지는 만금보다 소중하고,

(흰 머리칼 나면 가렵다는데) 흰 머리 긁으니 더 짧아져,

다 끌어 모아도 비녀가 꽂아지질 아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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