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 행사가 있다. 취임 이후 2년 반 동안 25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며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삼권분립의 원칙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왜곡하는 조치다.
역대 최다 거부권 행사, 그 배경과 주요 법안
첫 거부권 행사는 2023년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었다. 이후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방송 3법,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 주요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논란이 커졌다. 올해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법안들에도 거부권을 행사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헌법적 가치 훼손 △재정 부담 △사회적 갈등 유발 가능성 등을 제시했고 야당은 "민의를 무시한 독단적 행태"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특검 도입과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예고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여야 간 대립을 더욱 격화시켰고 국회는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빌미로 제대로 협치에 나서지 않았고 법안 폐기가 잇따랐다.
국회의 입법 기능을 무력화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계와 간호계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법안으로 평가받았으나,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처럼 주요 민생 법안들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면서 국민적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거부권 남발에 대한 비판과 여론 반응
이는 정치적 논란뿐 아니라 국민적 반발도 불러일으켰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하나로 '거부권 행사'가 상위에 올랐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 이후 유족들과 시민단체는 "대통령이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잦은 거부권 행사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교수는 "거부권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로 마련된 것이지만, 남발될 경우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행보를 주목하며 "한국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정 부담이 크거나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법안들에 대해 재의를 요구하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라고 했지만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국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충분한 협상 노력 없이 갈등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윤 대통령이 특정 법안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적 목적이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