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신용등급 평정 과정에서 위원의 반대 의견을 누락하는 등 회의 운영을 부실하게 해오다 적발됐다.
13일 금융감독원은 한기평에 경영유의 1건과 개선사항 2건을 조치하며 시스템 전반의 수술을 예고했다.
사라진 '반대 의견', 평정위 기록의 허점
신용등급 평정위원회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위원들이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등급을 결정하는 자리다. 따라서 위원들의 반대 의견은 결론만큼이나 중요한 기록이다.
그러나 한기업평가에서는 평정위원의 신용등급에 대한 반대 의견이 논의사항에 기재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평가 과정의 투명성과 기록의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절차적 흠결도 발견됐다. 내규상 평정위 개최 24시간 전까지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회사는 자료 제공 시간을 관리하지 않아 위원들이 충분히 검토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회의 전후 평가자료가 어떻게 수정되었는지 변경 내용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반대 의견이 누락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자료 제공 시간 및 변경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직원이 미공시 신용등급 조회·과거 평가자료 접근?
한기평 역시 영업과 평가 조직 간의 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영업 담당자가 미공시된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회하고 사내 공유폴더에 있는 과거 평가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등 정보 교류 통제가 미흡했다.
인사 관리 측면에서도 구멍이 발견됐다. 영업 담당자가 평가 조직으로 가는 것은 막고 있었지만, 평가 담당자가 영업 조직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는 평가자가 향후 영업직으로의 이동을 염두에 두고 평가 업무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평가 과정의 정보를 영업에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관행처럼 굳어진 '도장 찍기' 확인 절차
평가 대상 회사 대표의 자료 확인 절차도 형식적이었다. 자료의 허위 기재 여부를 대표이사가 직접 확인했다는 증거로 자필 서명을 받아야 함에도 한기평은 평가회사의 직인으로 이를 갈음했다.
확인서 징구 시점 또한 본평가 시작 전 포괄적으로 한 번 받는 데 그쳐 실제 평가 시점에서의 자료 검증력을 떨어뜨렸다.
금감원은 평가 담당자의 영업 조직 이동 제한을 내규에 반영하고 대표 자필 서명 징구 절차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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