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일요산문’ [연재] 에어 포켓 최종회
  • 손병걸 시인
  • 등록 2024-12-01 00:00:01
  • 수정 2024-12-01 16:18:04

기사수정


알파가 머무는 곳은 제주를 향해 출항한 배가 떠난 연안부두 옆이다. 서해를 나란히 바라보는 해안선 그 바다는 하루에 두 번 밀물이었다가 썰물이 되는 곳이다. 밀물이 먼저인지 썰물이 먼저인지 나는 모른다. 알파가 거기 있고 나는 언제나 맨몸으로 그곳에 간다. 정신이 흐려지는 날은 더 그리워서 간다. 그곳은 서해를 등지고 대문이 있다. 그 커다란 대문에는 얼추 28년째 이런 글씨가 새겨져 있다. 


'알파잠수기술공사'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러 건물이 있고 다이빙 훈련장을 지나면, 넓은 잔디마당이 나온다. 그 마당 끝에는 만조 때 바닷물이 철썩이는 축대가 보인다. 제법 높은 축대 때문에 난간과 철망이 설치되어 있고 축대의 한쪽에 언제든 출동할 수 있는 배가 정박해 있다. 나는 알파가 나를 위해 고압선 케이블을 감던 둥근 나무틀을 낚시 테이블로 만들어 놓은 축대 위 난간에서 낚시를 던진다. 망둥이가 잡히면, 릴을 빠르게 감는다. 갯지렁이를 바늘에 다시 낀다. 밀물이 썰물이 되어 갯벌이 드러날 때쯤, 나는 잠수사들이 가드 라인을 잡고 물 밖으로 나오듯 잔디마당을 가로지른 팽팽한 밧줄을 잡는다. 알파가 눈이 안 보이는 나를 위해 묶어 놓은 그 밧줄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쉴 휴게실이다.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얼토당토않은 날이면 찾는 내 공간이다. 그 공간에 가득한 서해의 해풍이 알파가 일생을 호흡한 숨소리다. 망망한 바다에서 SOS가 날아오면 알파는 출동한다. 몹시 춥던 그 날도 배는 좌초되었고 알파는 빠르게 현장을 향했다. 물살은 빨랐고 바다는 어두웠다. 장비도 부족했다. 밤새 다행히 몇몇이 구조되었다. 그러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해경이 단독 구조로 하루를 보낸 뒤 알파를 불렀다. 알파는 늦게 연락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실종자를 구해야 했다. 알파는 조류가 심한 바다로 뛰어들었다. 배는 뒤집어져 있었다. 바닷속 배 밑은 캄캄했다. 좌초되며 부서진 잔해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뒤집힌 배속에 공기주머니 바로 그 '에어 포켓'이 형성되어 있었다. 알파는 랜턴으로 여기저기를 비췄다. 알파는 순간, 가슴이 덜컥했다. 목만 물 밖으로 내민 채 실종자가 거기 있었다. 얼굴은 좌초 때 잔해에 맞아서 코가 뭉개져 있었다. 정신은 혼이 나간 것 같았다. 동공이 풀린 상태였다. 알파는 얼른, 말을 걸었다. 반응이 없었다. 와중에 자기 나이가 일흔이라고 했다. 그 대답을 들은 알파의 머리에 불빛 한 가닥이 반짝, 켜졌다. 


"손주 있어요?" "보고 싶지 않아요?"


그제야 실종자는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에 힘을 주었다. 알파는 침착하게 실종자에게 말했다. 내가 손주 보게 해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장비 가지고 올 테니까 기다리세요. 


바다 위 해경 구조대가 갑자기, 바빠졌다. 장비를 가지고 들어간 알파는 실종자에게 산소마스크를 착용해 주고 마우스를 입에 물게 했다. 입으로만 숨을 쉬어라. 절대 코로 숨 쉬면 안 된다. 몸에 힘을 빼라 내가 뒤에서 밀어주겠다. 그러나 부유물들은 탈출구를 막고 있었다. 실종자는 기진해 있었다. 문을 막고 있는 냉장고를 실종자는 감당할 수 없었다. 알파의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알파는 실종자 머리를 물속으로 힘차게 밀어 넣고 두 발로 실종자를 밀어붙였다. 실종자가 문을 빠져나오자마자 알파는 실종자의 허리춤을 잡고 온 힘을 다해 오리발을 저었다. 끝내 숨비소리를 내듯 수면 위로 두 사람이 떠올랐다. 해경들은 재빨리 실종자를 건져 올렸다. 이내, 알파도 배 위로 올랐다. 실종자는 무려 72시간 끝에 구조되었다. 에어포켓 그 공기주머니가 세상 밖으로 실종자를 떠오르게 했다. 그 고깃배에 존재한 공기주머니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배가, 몇 배는 더 큰 배가 한참을 떠 있던 그 배가 아이들을 그 많은 아이를 삼켰다. 손전화기 벨이 SOS를 보낼 때 국가안전 시스템은 고장이 나 있었다. 꺼져 있었다. 좀처럼 수리의 속도를 내지도 않았다. 켜지지도 않았다. 그 시간에 공기주머니는 부력을 잃어갔다. 알파는 다이빙벨의 종을 울리며 달려갔다. 아이들아 일흔 살이 넘은 실종자도 이른 두 시간을 견뎠다. 기다려라. 힘내라. 버텨라. 제발, 기다리고 있어라. 그러나 관료들은 다이빙벨의 종소리가 울리기를 바라지 않았다. 대 놓고 자유로운 활동을 막아 버렸다. 결국, 다이빙벨을 쫓아 버렸다. 알파도 끝내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쫓겨나왔다. 그날부터였다. 알파의 달력에는 그날이 없다. 그 큰 에어 포켓에 가득했던 아이들의 절규가 물거품을 일으키던 그 날이 없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터지듯 물거품들이 허공 속으로 사라진 그 날이 없다. 



-다음주에는 「고기 한 판 그리고 인천항」이 게재됩니다 


덧붙이는 글

손병걸 시인은 2005년 부산일보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푸른 신호등』,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 『통증을 켜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가 있고 산문 『열 개의 눈동자를 가진 어둠의 감시자』 『내 커피의 농도는 30도』가 있다. 『-구상솟대문학상』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인국무총리상』 『민들레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을 받았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수출입동향] 2025년 12월, 수출 7000억 달러 시대 개막…반도체 1734억 달러로 역대 최대 대한민국 수출이 AI 열풍을 타고 7000억 달러 벽을 넘으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5년 연간 수출액이 전년 대비 3.8% 증가한 7097억 달러를 기록한 것이다. 일평균 수출도 26.4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미국의 관세 장벽 등 대외 악재를 뚫고 이뤄낸 성과다.무역수지는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연간 780..
  2.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비빔국수 비빔국수를 시켜 놓고 끼니때마다 비빔국수를 먹을 수 있다면 행복이겠다 싶다가 나는 왜 이 비빔국수가 좋을까 자문하다가 비빔이라는 말에서섞임에 백기 든 사람처럼 잠깐 헝클어지다가 갓 나온 비빔국수를 젓가락으로 뒤섞는다 설기 썬 상추와 채 썬 오이 위에 앙증맞게 얹힌 한 알의 메추리알까지 흰 면을 슬몃슬몃 내주고 무서움도 매...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나비 가늘고 긴 다리는 망설이고 있었다향기가 더듬이를 떠날 때까지아무도 보지 않는데 가끔은양면을 펴서 평평하게 엎드렸다가꽃빛에 반해서 얼굴을 대는 동안바람은 날개를 붙잡고 꽃대는 휘청거려어디선가 물방울도 듣고 있는펴졌다 구부러지는 입의 모양모았다가 벌어지는 어깨가 넓어진다꽃가루가 묻으면서 공중에서 깊게 무늬들이 박.
  4. [한국은행 경상수지] 2025년 11월 122억 달러 흑자...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조선업 훈풍 2025년 11월, 대한민국 경상수지가 122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1~11월 흑자 규모를 1018억2000만 달러가 됐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5% 증가한 601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외화 유입을 주도했고, 수입은 468억 달러로 0.7% 감소했다.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드는 구조 속에 상품수지는 133억1000만 달러 흑자를 달성하며 전체 경상수지 개선을 ...
  5. [수출입동향] 2025년 12월 수출 695억 달러로 역대 최대…반도체가 끌고 무선통신기기가 밀었다 2025년 12월 대한민국 수출이 새 역사를 썼다. 반도체 업황 회복과 무선통신기기의 선전에 힘입어 지난달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갈아치운 것이다.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3.3% 증가한 695억 달러를 기록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5년 6월 이후 7개월 연속 이어진 증가세다.수입은 4.6% 늘어난 574억 달러를 기록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