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 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 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 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분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 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천양희 시인의 시 '오래된 가을' 전문
이 시는 천양희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에 실려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은 내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더군다나 붉게 물든 가을에는 더욱더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게 된다. 단순히 감각적 현상을 넘어 내면과 마주하고 사유하게 되는 것이다. 시 속 가을은 아름다운 자연 뿐만 아니라 추억들이 간직되어 있는 계절이다.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기 역사와 마주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앙리 베르그송의 '지속(durée)의 시간'처럼 직선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기억, 현재의 감각, 미래의 예감이 한 흐름 안에서 '살아왔던 우리'를 발견하고 또 '지나갈 우리'를 목격하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을 통해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고 내면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곧 다가오는 겨울을 견디게 하고 새롭게 봄을 맞이하게 할 것이다.
이번 가을에는 어디론가 혼자 떠나 보고, 새벽 강에도 나가 보고, 혹 늦은 것이 없는가 둘러 보기도 하면서 한 잎 낙엽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다. 벌써 "오래된 가을"이 곁에 와 머무는 것 같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느껴지는 시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