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김원옥 산문] '거리에서 詩 파는 나라 프랑스'로 보는 문화와 사회
  • 김원옥
  • 등록 2025-08-28 00:00:01
  • 수정 2025-08-28 09:00:41

기사수정
  • - 발자크·로댕·마이욜의 집이 미술관·박물관 되는 프랑스
  • - 문화예술축제·문화예술교육사업 만들어 고급문화 가꿔야

프랑스에서는 대개 소설가나 화가 시인 혹은 음악가들이 살던 집이 그들 사후에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파리 뫼동에 있는 로댕미술관이 그렇다. 그곳은 이미 명소로 되어 있고 파리에 오는 방문객들은 한번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로댕과 거의 동시대이며 부르델과 더불어 프랑스 3대 조각가로 알려진 마이욜미술관도 그렇다. 예술인이 태어난 곳, 머물던 곳, 그들이 묻힌 곳, 그 모두가 개방되어 그들의 예술을 널리 알리는 자원으로 사용하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발자크의 박물관도 그렇다. 그곳은 파리에서 가장 부자 동네라는 16구에 있다. 그 집터는 경사진 곳이어서 집을 보면 앞에서는 2층이지만 뒤에서는 1층이다. 발작크는 생전에 빚이 많아 빚쟁이들이 앞문으로 오면 2층으로 올라가 뒷문<지상>으로 도망가고 뒷문으로 오면 아래층으로 내려가 앞문<지상>으로 도망갔다는 일화가 있는 그 유명한 집이다. 그곳에는 그가 생전에 글을 쓰던 작업의 흔적들, 작품들, 로댕이 조각한 파리 시내에도 여러 개가 있는 그의 동상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발자크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는데 비가 내린다. 비를 맞으며 걷자니 추워서 애꿎은 날씨 탓하며 걷는데 비를 맞고 추워 얼굴이 파랗게 된 한 청년이 A4 종이 서너 장 분량을 반절 접은 것을 들고 서 있었다. 그냥 지나치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쓴 시라면서 10프랑에 사라고 한다. 이 청년은 ‘자기 시 팔기’를 하는 것이었다. 몇 개의 시를 열심히 써서 판다는 것이 정말 생소해 보였다. 물론 거리의 화가들은 이미 알려진 터라 그러려니 했는데 시 몇 개를 써서 파는 모습은 처음이지 싶다. 어쨌든 나는 <시적 사고>라고 제목이 붙은 그 소시집을 사서 읽었다. 


이런 행위들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은 나라, 국가적 차원에서 동네마다 갤러리, 문학관, 도서관, 박물관 등을 많이 만들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나라, 언제나 크고 작은 각종 축제가 있어 다양한 인종들과 어울리는 나라, 항상 공연과 전시가 있는 나라 프랑스를 보면서 문화예술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스함을 전달해 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다리를 통해서 사람들은 너와 내가 우리를 만들어 가면서 다문화 다원화 사회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기에 고단한 삶에 한 사발 보약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리라. 이렇게 삶의 매 순간 문화와 관계를 맺으며 사는 사회에서 문화적 역량이 높은 지역일수록 문화의 가치 창출 능력이 경제성장을 보장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 사회의 문화적 표상과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개개인의 삶의 양식에서 오는 것이다. 그 지역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문화자본을 넉넉하게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서 자본의 활용도가 많고 그 활용은 곧바로 경제적 향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축제와 더불어 문화예술교육사업을 해야 한다. 이는 한 사회에 대중문화(low culture)만 범람하지 않도록 고급문화(high culture)도 만들거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국 문화의 다원화가 사회구조의 다원화를 촉진하는 것이며 진정한 민주화 실현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므로 부강한 문화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우선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며, 시대적·사회적 변화의 바람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지역행정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김원옥 시인

덧붙이는 글

김원옥 시인은 『정신과 표현』으로 등단했고 숙명여대 불문과, 성균관대 대학원 불문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루앙대에서 불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양대, 숭실대 등에 출강했고 인천광역시 문화원협회장 및 인천시 연수문화원장을 역임했다. 역서로는 -「실존주의」 (폴 풀끼에, 탐구당), -「사랑은 이름표를 묻지 않는다」 (앙드레 피에르 드 망디아르그, 예전사) 등이 있고 시집 「바다의 비망록」, 「시간과의 동행」, 「울다 남은 웃음」이 있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모과의 귀지를 파내다 모과에 핀 얼룩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니점액질이 끈끈하게 배어 나온다얼굴에 핀 검버섯처럼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반짝거린다 모과의 귀에 면봉을 깊숙이 넣으니갈색의 가루가 묻어 나온다너는 그것이 벌레의 똥이라고 우기고나는 달빛을 밟던 고양이들의 발소리라 하고천둥소리에 놀라 날아들던 새의 날갯짓 소리라 하고새벽바람에 잔..
  2. [새책] 번아웃 겪는 2040세대를 위한 제안 《셀프 콤마》···하루 5분 '일상돌봄 코칭' 끝없는 경쟁과 정보 과잉 속에서 번아웃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2040세대가 늘고 있다. '더 애써야만 살아남는다'는 압박감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소중한 자신을 갉아먹는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왜 마음은 늘 허탈하고 공허한 것일까?새로운제안에서 15년 차 HRD(인적자원개발) 교육전문가 이종미의 첫 책 《셀프 콤마》를 펴냈다. 과부하...
  3.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가전 라이벌전···삼성 'AI·상생' vs LG '할인·구독' 정면승부 대한민국 최대 쇼핑 축제 '2025 코리아세일페스타'가 11월 1일 시작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년 연속 행사에 참여하며 대대적인 할인 경쟁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AI 가전 패키지와 소상공인 상생 혜택을 전면에 내세웠고, LG전자는 높은 할인율과 구독 서비스를 무기로 맞불을 놓으며 11월 소비자들의 지갑 공략에 나선다.삼성...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접히다 "지금 화장 중입니다"승화원 전광판에는 뜨거운 불길이 일고한곳에 모인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없었다전광판이 바뀌고눈물이 마르기 전 냉각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육중한 철문이 열리고철제 침대가 끌려 나왔다붉은 장미로 채운 관과 황금빛 수의는 간 곳 없고주검을 눕힌 그 자리타다만 뼈 몇 개와 재만 놓여 있...
  5.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