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현·양소영·김세희 지음 / 오월의봄 / 21,000원청년 여성은 왜 광장에 나오는가?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들의 외침은 언제부터 존재했고, 왜 듣지 못했을까?
오월의봄에서 '딸', '2030 여성', '응원봉 부대'라 불린 여성 시민들의 광장 경험을 집요하고 섬세하게 기록한《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를 펴냈다.
지난 10년간 광장에 나선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경험을 생생하게 복원한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촛불 등 수많은 현장에서 여성들은 함께 울고, 싸우고, 연대했다. 이 책은 '답' 대신 '경청'을 제안한다.
저자들은 단순한 서술이나 분석 대신, 청년 여성들을 만나 그들이 겪은 삶을 인터뷰로 풀어냈다. 그 생애의 곡선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서사가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여성이 지워지는 문제만큼 '비수도권 여성'의 경험이 세상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는 문제 역시 중요했다"고 강조한다.
책에는 13명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고등학생 시절 시국선언에 나섰던 10대부터, 성소수자로서 투쟁을 이어가는 30대까지, 광장을 살아낸 여성들이 중심이다. 그들은 '치유하는 저항'을 말하며 '수다떨기도 연대의 방법'이라 믿는다.
이 책은 시위의 기록을 넘어 '지금 여기'의 여성 시민이 어떤 사회를 살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 비정규직 연대 등 페미니즘 너머의 연대를 실천하는 과정도 담았다. 그들의 삶은 더 이상 납작한 이름으로 묶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개개인의 삶이 광장으로 연결되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서문에서 보듯 이 책은 그 연결을 말한다. 이들을 기억하는 일은 우리 사회를 다시 그리는 일이다. 저자 최나현, 양소영, 김세희는 각자 사회운동과 여성주의, 기록 활동에 깊이 관여해 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드러나는 목소리를 존중하며, 공동 저술 방식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