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조희경, 광주요·가온 통합 '화요그룹' 선언···맛있는 반란 'K-증류주'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2-02 12:56:35
  • 수정 2025-12-02 12:59:09

기사수정
  • - 3자매 경영으로 그릇·음식·술 아우르는 글로벌 진격
  • - 주세법에 쓴소리, "좋은 쌀로 술 빚으면 벌금 내는 꼴"
  • - 100% 쌀내음 가득한 여주 공장서 'K-술' 미래 말하다

조희경 화요 대표(여주화요공장 기자간담회)

"중국의 마오타이처럼 전 세계 누구나 아는 명주(名酒), 우리라고 못 만들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금의 세금 제도는 좋은 술을 만들려는 노력에 족쇄를 채우고 있습니다."


1일, 경기도 여주 화요 제2공장. 창립 22주년을 맞은 이날, 조희경 화요 대표의 표정에는 자부심과 답답함이 교차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진동하는 구수한 밥 짓는 냄새. 100% 국산 쌀로 빚어내는 이 '진짜 술'의 향기 속에서 조 대표는 '화요그룹'이라는 새로운 깃발을 꽂았고, 동시에 해묵은 규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릇·음식·술 아우르는 '화요그룹' 시대 개막


조 대표는 이날 화요를 중심으로 도자 브랜드 '광주요'와 식문화 플랫폼 '가온소사이어티'의 역량을 하나로 묶는 '화요그룹' 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조태권 회장의 세 딸이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3자매 경영' 시대를 연 것이다. 둘째 조희경 대표가 화요를 이끌고, 첫째 조윤경 대표가 가온을, 셋째 조윤민 대표가 광주요를 맡아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이다.


"아직 화요는 멀었다"며 냉철하게 자평하는 조 대표 시선은 국경 너머를 향해 있다. 목표는 명확하다. 중국의 마오타이 같은 글로벌 브랜드다. 


"미국, 중국, 일본 등 5개국을 집중 공략하겠다. 해외에서 타피오카로 만든 저가 소주가 아닌, 쌀 100%로 빚은 프리미엄 증류주로 승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는 화요를 활용한 '캔 하이볼' 출시라는 새로운 도전도 예고했다.



첨단 '디지털 아랫목'과 숨 쉬는 옹기의 조화


여주 제2공장은 그의 자부심이 응축된 공간이다. 스마트팩토리로 운영되는 이곳은 고두밥에 미생물을 접종해 발효시키는 과정을 자동화했다. 박준성 생산본부장은 이를 '산업화한 아랫목'이라 불렀다.


기술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시간의 맛'은 지하 숙성고에 있었다. 300여 개의 숨 쉬는 옹기 속에서 술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0년의 세월을 견딘다. 


QR코드로 관리되는 이 옹기들은 화요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니라 '작품'임을 증명하는 듯했다.



조 대표의 38번째 외침 "모든 비용에 세금 매기면 발전 없어!"


조 대표의 목소리가 가장 높아진 순간은 '세금' 이야기를 꺼낼 때였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현행 방식(종가세)은 좋은 재료를 쓰고 오랜 기간 숙성해 원가가 높아질수록 세금 폭탄을 맞는 구조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포함 딱 4개국만 가격 기준 세금을 고집합니다. 좋은 술을 만들려는 모든 비용에 세금을 매기니, 결국 술 산업도 농업도 발전하지 못하는 겁니다."


조 대표는 15년간 무려 38번이나 주세법 개정을 청원했지만, 돌아온 건 '희석식 소주 가격 인상 우려'라는 벽뿐이었다. 


이에 "그렇다면 희석식 소주는 그대로 두고, 우리 같은 증류식 소주(전통주)만이라도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화요 한 병 출고가가 1만 원이면 세금만 5000원이 넘는 현실. 조 대표는 "종량세로 바뀌면 30% 정도 가격 경쟁력이 생겨 남는 쌀 소비 촉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증류식 소주 점유율 3%의 좁은 문을 뚫고 세계로 나가려는 조희경 대표. 그의 '맛있는 반란'이 과연 낡은 제도의 벽을 허물 수 있을지, 화요그룹의 2막은 이제 막 올랐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모과의 귀지를 파내다 모과에 핀 얼룩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니점액질이 끈끈하게 배어 나온다얼굴에 핀 검버섯처럼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반짝거린다 모과의 귀에 면봉을 깊숙이 넣으니갈색의 가루가 묻어 나온다너는 그것이 벌레의 똥이라고 우기고나는 달빛을 밟던 고양이들의 발소리라 하고천둥소리에 놀라 날아들던 새의 날갯짓 소리라 하고새벽바람에 잔..
  2. [새책] 20대 청년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세계 바꿀 가장 날카로운 무기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지금, 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읽어야 할까? 1%의 부자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가 계속되면 마르크스주의는 다시 부활할까?오월의봄에서 20대 청년 이찬용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펴냈다. 그동안 나온 마르크스주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됐거...
  3.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오랜만에 휜 허리를 편다 윤기가 흐른다 순식간에 만조가 되면 삼분 만에 펼쳐지는 즉석바다, 분말스프가 노을빛으로 퍼진다 그 날도 그랬지 끓는점에 도달하던 마지막 1°는 네가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