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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쏙보험사기] '물광 피부' 비결이 허리 통증?···14억 삼킨 '가짜 환자' 병원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1-27 06: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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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금감원·경찰·건보공단, 병원장·환자 131명 검거
  • - 미용 시술 받고 도수치료 둔갑…보험금 14억 꿀꺽
국내 보험사기 적발액이 사상 첫 1조 원을 넘어섰고 사기 인원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거대한 '사기 비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한 대형 손보사 사기 적발액은 연간 보험료의 2.8%로, 보험료 80만 원당 2만2000원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일상 속 유혹에 빠지는 소비자도 있다. 올해 7월 '사소한 거짓말'도 '중범죄'가 되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원장님, 피부가 푸석한데 '백옥주사' 맞고 도수치료 받은 걸로 처리 되죠?"


서울의 한 병원, 이곳에서는 은밀한 거래가 일상처럼 벌어졌다. 겉으로는 평범한 동네 병원이었지만, 실상은 '가짜 환자'를 찍어내는 공장이었다. 


환자들은 예뻐지기 위해 병원을 찾았지만, 서류상으로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중증 환자로 둔갑했다. 


환자별 시술 관리 엑셀파일 내용(예시)

210만 원짜리 '피부 티켓팅'의 비밀


병원장 A씨의 영업 방식은 치밀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이른바 '피부 티켓팅'을 유도해, 210만 원을 선결제하면 10회에 걸쳐 각종 미용 시술을 해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시술 목록에는 미백에 좋다는 '백옥주사'부터 주름을 펴주는 보톡스, 탄력을 높이는 '슈링크'와 '물광 시술' 등 여성들이 솔깃할 만한 내용이 가득했다.


문제는 결제 이후였다. 병원 측은 환자가 미용 시술을 받을 때마다 내부 엑셀 파일에는 '물광', '프락셀' 등 실제 시술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그럼에도 보험사 제출 진료기록부에는 딴판으로 적었다. 미용 시술 대신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도수치료'나 '통증치료'를 받은 것처럼 꾸민 것이다. 


미용 목적의 시술은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없지만, 치료 목적의 도수치료는 보험금이 나온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병원의 미용시술 VS 허위 진료기록 


"허리 아파서 왔어요"…44번 거짓말 환자


이 병원 단골 50대 A씨(72년생) 사례를 보자. A씨는 2021년 1월 ~ 2023년 5월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얼굴 주름을 펴는 보톡스와 필러 등을 44회나 받았다.


이를 병원에서는 보험사에 "A씨가 허리 통증으로 물리치료와 도수치료를 43회 받았다"며 영수증을 제출했고, 그 대가로 실손보험금 800만 원을 타갔다. 


병원과 환자가 '짜고 친 고스톱'에 보험사는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환자들은 병원이 "마음에 안 들면 100% 환불해 주겠다"는 약속과 보험금이라는 '덤'에 넘어가 공범이 됐다.


공·민영보험금 편취 현황


공짜 시술의 유혹, 범죄자 되는 지름길


이들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병원은 가짜 환자들의 진료 기록을 근거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미용 시술을 해놓고는 통증 주사(신경차단술)나 X-ray 검사를 한 것처럼 속여 10억 원을 챙겼다. 환자들이 일반 보험사에서 타낸 4억 원까지 합치면, 이 병원 하나만 무려 14억 원을 꿀꺽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금감원은 "피부 시술을 도수치료로 둔갑해 준다"는 제보를 입수, 건보공단·경찰청과 공조해 병원장과 상담 실장, 그리고 A씨 같은 가짜 환자 등 131명을 검거했다.


병원 제안에 동조해 허위 서류로 보험금을 타낸 보험사기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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